[기자수첩] '공공 배달앱', 세금 날리는 것 아닌가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세금을 무한정 투입할 수 있으면 위협적인데…. 그럴 수 있을까요?”

서울시가 9월 중순부터 '제로배달 유니온'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시작한다. 16개 민간 배달플랫폼이 참여한다. 배달 중개수수료를 최대 2%로 대폭 낮춰 소상공인 가맹을 유도한다. 서울시뿐만 아니 경기도, 인천도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다.

기존 배달 업계는 '해보세요'라는 반응이다. 지자체와 정부 규제는 부담스럽지만, 이들이 나서는 사업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눈치다.

허세를 부리는 것 같지는 않다. 배달중개시장을 들여다보면 수수료만 낮춘 공공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배달 중개서비스를 강화 중인 A사는 강남 기준 라이더에 배달 1건당 최대 2만원 웃돈을 얹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주에게는 고객이 2만원짜리 음식을 배달 주문하면 3000원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1000원만 받고 있다. 비용은 모두 A사가 감당한다. A사는 배달서비스에서만 월 10억원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가 큰 비용을 감수하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배달플랫폼은 라이더를 최대한 확보해 적시에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가맹업주와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 A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 호재인 배달대행업계도 공공 배달앱에 시큰둥하다. 업주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업주 한 명은 “POS에 설치해야 할 앱만 늘어난다”면서 “몰려드는 주문을 받아낼 라이더를 늘리는 게 중요한데 공공배달앱이 이를 얼마나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이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민간업체가 출혈경쟁을 하는 곳에 세금을 투입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소상공인 보호가 명분뿐이 아니라면 실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곳에 재원을 쏟는 게 맞다.

배달 업계도 차라리 업주가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하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지자체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의지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목숨 걸고 사업을 하는 시장과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세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