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개발은 한계에 이른 육상자원 개발의 대안입니다. 수중건설로봇은 해저 자원 탐색에서 암반 파쇄, 자원 채취, 이송 파이프라인 구축 등 해양자원 개발에 필수 장비입니다. 수중건설로봇 연구개발(R&D)을 선도해 대한민국 심해저 자원개발 시대를 열겠습니다.”
장인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로봇실증단장(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중건설로봇 개척자이자 선도 과학기술인이다. 수중건설로봇 불모지에서 연구 7년여 만에 독자 기술로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장인성 단장의 원래 연구 분야는 항만과 해양구조물이다. 장 단장은 “10여년 전 국산 수중건설로봇이 없다 보니 비싼 임차료를 내고 외국 장비를 대여하고, 고액의 유지보수 비용도 지불하는 것을 알게 돼 수중건설로봇 연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KIOST는 장 단장을 사업총괄로 지난 2013년 해양로봇 기술자립도 향상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을 신설했다. 우리나라 수중건설로봇 역사의 시작점이다.
장 단장은 사업단을 이끌며 국산 첫 무인수중건설로봇 'URI 시리즈'를 개발했다. 수중·해저 조사 'URI-L', 해저 지반 파쇄와 해저케이블 매설 'URI-R', 파이프라인 구축과 유지관리 'URI-T'이다.
URI-R는 지난해 말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해저 상수도 공사에 투입됐다. URI-T는 현재 베트남 호찌민 남동쪽 가스관 매설공사에 활용되고 있다. 공사 후에는 욕지도로 이동해 URI-R과 해저 상수도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URI-L은 제주 서귀포 앞바다 생태환경 조사를 비롯해 각종 수중·해저 탐색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수백대의 외산 수중건설로봇이 우리나라 시장을 지배해왔다.
장 단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수중건설로봇 연구 초기에 주변에서 늘 물음표를 붙였다. 국내 기술로 이미 심해 수압을 견디고 육상에서 제어도 가능한 몇몇 수중로봇을 개발했지만 수중건설로봇은 또 달랐다. 고중량 구조물을 운반하고 심해에서 정교한 조립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야 했다. 이로 인해 국산화에 회의적 시각이 많았고, 국산 로봇을 개발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중건설로봇 국산화와 상용화 성과를 정부와 협력 연구기관에 돌렸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가 큰 힘이 됐다. 포항에 대형 수조를 구축해 테스트 때마다 바다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수많은 실증테스트와 오류 수정 끝에 결국 세계 수준의 국산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했다”면서 “URI 시리즈의 탄생과 성공은 정부 지원과 국내 과학기술인이 협력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단장은 “해양개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해양자원개발에서 수중건설로봇 활용도 더 다양해질 것”이라면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연계한 차세대 해양로봇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