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를 판매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4개 펀드 판매사들이 사상 초유의 '100% 환불'을 결정했다. 명목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전액 배상을 수용했지만 불만과 우려가 팽배하다. 펀드 판매사와 라임자산운용 간 잘잘못이 아직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100% 투자원금을 보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알려진 환매 중단 펀드 규모가 약 1조50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추후 이뤄질 타 펀드 관련 보상에서도 판매사는 다시 울며겨자먹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펀드 투자 피해자에게 원금 100%를 돌려준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분조위의 판단을 전부 수용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선 투자 원금 전액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그 어느 때보다 대응 수위를 높여 투자자 보호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데다 워낙 펀드 환매중단 피해가 사회 이슈가 된 만큼 금융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제 '투자자 보호'는 금융투자 시장 최대 화두가 됐다. 정부가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각종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 이슈로 떠오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문제뿐만 아니라 주식,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 상품 분야에서 투자자 보호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반기 불거진 원유선물 상품이었다. 코로나19로 지수가 급락하고 원유 가격이 함께 추락하면서 원유선물 상품에 투자자가 몰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경보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에 더해 한탕주의식 투자까지 몰렸지만 당시 해당 상품 폐지 필요성을 제기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일찌감치 상품 운용 심각성을 인지하고 폐지를 결정한 미국과 전혀 대응이 달랐다.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의 방침을 운운하며 공을 넘겼고 거래소는 증권사의 자체 결정과 금융위원회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로 눈치보기를 하는 사이 잇단 거래중지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졌다.
금융투자 상품은 기본적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기에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금융투자 상품의 가장 기본 성격이지만 상품 판매사와 투자자 간 쟁점 대상이 된 것이 현실이다.
사회 문제로 대두한 금융상품 투자 문제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일반 국민 대상 금융투자 교육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새삼 느껴졌다. 투자가 건강한 재테크가 아닌 소위 '투기'로 인식돼온 시장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코로나19는 투자가 재테크에 관심 많은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경제문화로 자리잡게끔 만들었다. 외계어 마냥 어렵고 복잡한 금융투자 상품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려는 판매사의 노력, 상품을 투명하게 운용·관리하는 운용사의 문화, 금융상품이 건전하게 설계되고 판매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금융당국의 역할, 투자를 잘 이해하고 건전하게 실행하는 투자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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