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색 국면이던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새 총리가 등장하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우호적 관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한 강경론을 표방하는 자민당에서 총리가 나오는 한 한일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쾌유를 빌면서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 한국 강경책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의도적인 '한국 때리기'로 지지율 관리를 해온 아베 총리가 물러나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를 맡게 되며, 포스트 아베 후보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 외교문제에 있어 아베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악화된 한일 양국 관계는, 연내 전범기업 자산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보복조치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일 양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 중 하나로 '아베노믹스의 종말'을 꼽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집권 직후 대규모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구조개혁이라는 3대 경제정책을 가동했다. 수십년 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경제를 부양하려는 노력이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은행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으로 기업심리가 살아나고 수출을 저해하던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시행 초기 효과를 나타내는 듯했다.
수출업체 이익이 개선되고 임금상승, 고용창출 등 긍정적 현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낮은 생산성, 급격한 인구고령화, 경직된 노동시장 등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의 연간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에 4%에 달했으나 아베노믹스가 시작될 무렵 1% 정도였고 작년에는 거의 0%로 떨어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실패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013년 수준까지 떨어진 일본은 주변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활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