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포스트 아베'에 주목하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서두른다. 그동안 반도체 3대 핵심 소재 수출규제 등 '한국 때리기'를 주도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년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총리 정책 노선에 따라 양국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정부 관계자는 “일본 총리 교체에 따른 우리 정부의 소부장 정책 변화는 없다”면서 최근 내놓은 '소부장 2.0' 정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소부장2.0은 지난달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1년을 맞아 우리 정부가 내놓은 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이다. 소부장 2.0은 글로벌 소부장 강국 도약과 첨단산업 세계공장화를 양대 축으로 삼았다.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밸류체인(GVC) 주도권을 거머쥔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는 세계 각 국의 공통 현안으로 떠오른 코로나19 대응 관련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을 모색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인 특별입국(패스트트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기업인 신속 입국 절차를 마련했다. 일본과는 이달부터 관련 협의를 시작했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일본 총리 교체에 따른 양국 갈등의 급격한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임 총리가 같은 당 소속인 아베 총리와 동일한 정책 노선을 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 등 자민당 내 반(反) 아베 세력 집권 시에는 점진적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자민당 주요 간부들에게 총재직 출마 의향을 전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는 현재 여당인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를 맡는다. 아베 총리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가 관방장관이 새로운 내각 수장에 출사표를 낸 것이다. 자민당은 다음달 1일 총회를 열고 총재 선거 일정과 형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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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가 관방장관은 물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관방장관 등이 '포스트 아베' 후보로 꼽힌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치 형태는 총리 교체만으로 쉽게 바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도 “단,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눈여겨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