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데이터 활용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다. 업계는 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정부, 지자체,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은 자체 생성하고 수집하는 모든 자료를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생성·수집하는 자료가 모두 '공공기록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은행과 공단 역시 모든 문서에 대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규제를 받는다.
공공기록물에는 공공기관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인 민원신청서류도 포함된다. 2015년 민원신청서류와 같이 공공기록물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기록물을 공인전자문서센터(이하 공전소) 등 민간기록관리시설에 위탁 보관하는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일각으로부터 거센 반대에 직면, 수포로 돌아갔다.
2015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작성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가기록원은 “공공기관이 문서를 자체 기록관이 아닌 공전소에 보관하도록 하는 것은 기록물법 체계를 벗어나므로 기록물법 개정 없이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체 기록관은 예산과 인력 문제로 설치와 운영이 어려워 이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당시 1030곳 가운데 15곳(1.4%)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공공기관이 문서를 공전소에 보관해도 기록물법 체계를 벗어나지 않으며 기록물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년여가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록물은 국가기록원이 지정하는 것만 이관하고 나머지는 기관 내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기록물(전자문서)을 국가기록원 한 곳에서 소화할 수 없으므로 민간기록관리시설과 분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록물은 그 자체로 암호화된 경우가 많고 분류와 보존이 주된 업무라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한 구조”라고도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공공기록물로 분류, 활용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은 금융권과 함께 종이문서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지만 종이문서 전자화에서도 뒤쳐져 있다. 국내 연간 종이 소비량은 425억장으로 이 가운데 공공 분야에서 100억장, 금융 분야에서 70억장을 소비한다. 민간 기업이 전자문서법에 따라 전자문서 이점을 누리는 반면, 정작 공공기관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공공기관 데이터 활용을 위해 공공기관이 공전소에 문서를 보관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공전소에 문서를 보관하도록 허용하면 전자문서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공전소 법적 효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규 서비스와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전소는 2007년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을 1호 사업자로 △삼성SDS △한전KDN △한국정보인증 △코스콤 △유포스트뱅크 등 한때 9곳까지 늘었다가 시장이 열리지 않아 현재 3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