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수명을 다한 태양광 폐패널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광 보급 확대에 큰 걸림돌이 제거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은 이진석 변환저장소재연구실 박사팀이 상온에서 동작해 에너지소모량을 기존 공정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고품위 소재 회수가 가능해 수익성이 2.5배 우수해진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3020' '그린뉴딜' 정책의 중심에 있어 발전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평균 25년 정도의 기대수명이 있어 그동안 청정에너지의 선두에 있는 태양광발전이 대량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로 태양광 보급 확대에 장애요소가 돼 왔다.
유럽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태양광 폐패널의 재활용을 의무화한 상태이며, 관련법에 따르면 회수한 폐패널에 대해 80% 이상 재활용해야 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은 상온에서 스크레이퍼를 이용해 패널을 분리시킴으로써 기존 열적 공정 대비 연간 64%의 수준으로 전력소모를 줄였다. 또한 비파쇄 방식이기 때문에 파·분쇄로 인한 부품·소재들이 한데 섞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고순도 물질 회수가 가능한 기술이다.
태양광 패널은 전면유리, 태양전지, 봉지재 등이 압착된 상태로 제품화돼 있고, 패널 내 소재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이 부품들을 먼저 분리해야 한다. 대부분의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연구는 이 부품들의 분리기술에 집중돼 있으며, 경제적이면서 분리율을 높인 분리기술이 재활용 기술의 핵심이다.
기존 태양광 재활용 기술은 봉지재를 열분해해 패널 내 부품·소재들을 고순도로 회수하거나, 패널 전체를 파쇄하는 방식으로 공정비용을 줄인 기술이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재활용 공정 중 열원 사용이 극도로 억제되어 하루 2톤 처리량 기준 연간 약 205.6㎿h 이상의 에너지소모가 절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패널을 구성하는 부품 중 65% 이상이 저철분(200ppm 미만) 고급유리이다. 실리콘과 같은 불순물이 혼입된 경우는 ㎏당 40원 내외로 판매되지만, 불순물이 없는 경우는 100원 이상으로 판매가 가능해 수익성이 매우 우수해진다.
이진석 책임연구원은 “깨끗한 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이 폐패널로 인한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적정처리기술로 해결해야만 진정한 지속가능 에너지로써 의미가 있다”며 “현재 해당 분야 선진국인 독일과의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개발 기술을 국내 활용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재활용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저비용·고수익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은 태양광 관련 기업체인 원광에스앤티에 기술이전 돼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원광에스앤티는 재활용 사업을 위한 인·허가는 물론 준양산 스케일로 작동할 수 있는 설비 구축을 진행 중이어서, EPR 제도가 시행되는 2023년 이전에는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