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환 특허법원 국제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 연구원(법학박사)
전통적으로 미국법원은 상표는 상표가 사용되는 영업(business)이 보유하는 “신용과 함께(with the goodwill)”, 즉 신용을 수반한 채로 양도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였다. 그 이유는 만일 특정 상표가 사용되는 영업과 함께 양도되지 않아, 상표양수인이 상표양도인의 상품과 실질적으로 비유사한 상품을 생산, 판매할 경우, 상표양수인의 상품과 상표양도인의 상품 간에 불연속성이 발생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품출처혼동 혹은 상품품질오인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미국 상표법에서는 “신용을 수반하는 상표양도 원칙(rule on trademark assignment with goodwill)” 혹은 “상표만의 독자적 양도에 반대하는 원칙(rule against trademark assignment in gross)”라고 칭한다. 미국 연방 상표법 제1060조(a)(1)은 “등록상표 혹은 등록받기 위하여 출원한 상표는 당해 상표가 사용되는 영업의 신용과 함께(with goodwill of the business) 혹은 당해 상표의 사용과 관련되고 당해 상표에 의하여 상징되는 영업의 신용의 부분(with the part of the goodwill of the business)과 함께 양도되어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미국 상표법상 상표양도 원칙인 “신용을 수반하는 상표양도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신용을 수반하는 상표양도 원칙은 전통적으로 상표보호에 대한 일반원칙 즉, 상표는 신용의 상징으로서만 존재하고 상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적 사고에 의하여 정당화되어 왔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법원은 상표권이라는 재산권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상표에 화체된 신용(goodwill), 즉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인하는 상표의 기능과 특정 상품의 품질과 특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원칙은 상표양도 법리의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만약 상표가 신용의 상징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상표는 반드시 당해 상표에 화체된 신용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양도되어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20세기 초 보통법법원은 상표양도요건으로 신용의 이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 “유형적 영업자산(tangible business assets)”의 이전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따라서 미국법원은 관련 영업의 이전이 수반되지 않으면 상표양도가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당시의 미국법원 판결에는 상표양도는 당해 상표가 사용되는 영업에 대한 소유권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법적 인식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미국법원의 태도는 바뀌기 시작하였다. 미국법원은 영업이라는 유형적 자산의 이전은 신용의 이전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면서, 유형적 자산이 이전되지 않더라도 상표양도인의 상품과 상표양수인의 상품이 “상품종류에 있어서 유사(similar in kind)”하다면, 상표양도는 유효하다고 판시하기 시작하였다. 1962년 관세항소법원의 Hy-cross 판결은 이러한 미국법원이 변화된 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판결이다. 이후 미국법원은 상표양도인의 상품과 상표양수인의 상품 간에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 혹은 더 넓은 개념에 해당하는 “충분한 유사성(sufficient similarity)”이 있다면, 영업이라는 유형적 자산의 이전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상표양도는 유효하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이유에 대하여 1969년 PepsiCo 판결에서 제8순회항소법원은 상표양도에 내재되어 있는 중요한 법적 사고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형적 자산의 이전여부는 상표양도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이후 미국법원은 2001년 제10순회항소법원의 Vittoria 판결 등 다수의 판결을 통하여 상표양수인의 상표사용이 소비자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으면 상표양도는 유효하고, 이와 반대로 소비자를 혼동시킬 가능성이 있으면, 상표양도는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에 대하여 미국법원은 상표양수인이 상표양도인의 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에 양수받은 상표를 사용하였다면, 상표양수인의 상표사용은 상품의 연속성에 대한 “합법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상에서 설명한 미국 상표법상 상표양도 법리를 요약하자면, 미국 상표법은 명문으로 “신용을 수반하는 상표양도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미국법원은 이 원칙을 20세기 초에는 유형적 영업자산의 이전을 요구함으로써 상표양도요건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취하였지만, 1960년대 이후 상표양도인의 상품과 상표양수인의 상품 간에 종류의 유사성, 실질적 유사성 혹은 충분한 유사성이 존재하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혹은 상표양수인의 상표사용이 소비자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이전보다는 상표양도요건에 대한 완화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어서 상표양도에 대한 국제적 추세를 살펴본다. 우선 TRIPS 협정 제21조는 “가맹국들은 상표양도요건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이것은 상표권자가 상표가 속하는 영업의 이전과 함께 또는 이전 없이(with or without the transfer of the business) 상표를 양도할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어 진다.”고 규정하였다. TRIPS 협정은 신용의 이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영업의 이전만을 언급함으로써, 상표양도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만을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NAFTA 협정 제1708조 제11항은 “당사자는 상표양도요건을 결정할 수 있다. 그것은 상표권자가 상표가 속하는 영업의 이전과 함께 혹은 영업의 이전 없이(with or without the transfer of the business) 상표를 양도할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규정하였다. NAFTA 협정은 TRIPS 협정과 마찬가지로 상표양도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을 요구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상표법조약 제11조 제4항은 “체약당사국은 상표권자로 하여금 새로운 상표권자에게 자신의 영업(business) 또는 관련 신용(goodwill)을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영업 혹은 신용의 이전과 관련 없이 상표양도를 허용하는 NAFTA 협정과 TRIPS 협정의 내용을 이어받았다. 결국 다양한 국제조약에 반영되어 있는 상표양도 원칙은 미국 상표법 제1060조(a)(1)이 규정하는 신용을 수반하는 상표양도 원칙보다는 상표양도에 대한 완화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상표법은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국제조약이 채택하고 있는 법원칙에 입각한 상표양도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우리 상표법 제48조 제2항은 상표등록출원은 지정상품마다 이전할 수 있지만, 유사한 지정상품의 경우에는 함께 이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만일 상표출원인이 자신의 상표등록출원을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유사상품을 함께 이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후 당해 상표등록출원이 상표권으로 등록된 경우에는 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상표권의 등록무효사유가 된다. 그리고 우리 상표법 제93조 제1항은 상표권은 지정상품마다 분할하여 이전할 수 있지만, 유사한 지정상품의 경우에는 함께 이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만일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권을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유사상품을 함께 이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상표권의 취소사유가 된다. 즉 우리 상표법은 상표출원인과 상표권자로 하여금 자신의 상표등록출원과 상표권에 대하여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1호와 제119조 제1항 제4호를 통하여, 만일 당해 상표등록출원과 상표권의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유사상품의 경우에는 함께 이전되도록 요구함으로써, 상표양도인과 상표양수인이 유사상품에 대하여 동일상표를 사용하여 일반수요자가 상품출처혼동과 상품품질오인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상표법도 상표양도를 위하여 관련 “영업”이 함께 이전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적이 있었다. 1949년 11월 28일 법률 제71호로 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표법 제16조 제1항은 상표는 등록여부를 불문하고 “영업”과 같이 이전하지 아니하면 이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이 규정은 1990년 1월 13일 법률 제4210호로 개정된 상표법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시행되었다. 구 상표법상 상표양도규정은 상표는 상품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관련 영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고, 특히 특정 상품의 특성이 영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영업과 분리하여 상표만의 양도를 인정하는 것은 일반수요자의 상품출처혼동을 야기함으로써, 일반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의 동일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법적 사고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는 20세기 초에 미국법원이 상표양도요건으로 유형적 영업자산의 이전을 요구하였던 것과 동일한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 1월 13일 법률 제4210호로 개정된 상표법 제54조는 이 내용을 개정하여, 상표양도에 대하여 앞에서 언급한 현행 상표법 규정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였다. 이로써 기존에 상표등록출원 혹은 상표권의 양도는 지정상품이 전부 이전되는 경우에만 허용되었던 것이, 이 개정사항에 의하여 유사상품별로 분할하여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 상표법 개정사항은 상표양도에 있어서 관련 영업의 이전을 요구하지 않는 TRIPS 협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우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5호는 상표권의 이전으로 인하여 유사한 등록상표가 각각 다른 상표권자에게 속하게 되고, 그 중 1인이 자신의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부정경쟁을 목적으로 자기의 등록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에는 상표권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 취소사유는 우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5호에 규정되어 있고, 상표권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상표권을 양도할 수 있지만, 만일 유사한 상표가 양도되어 상표양도인 혹은 상표양수인이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자신의 상표권을 사용함으로써 일반수요자의 상품출처혼동 혹은 상품품질오인을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상표권의 취소사유가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유사상표의 분리이전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을 사후적으로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 규정에는 미국 상표법상 신용을 수반하는 상표양도 원칙이 반영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상표권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유사한 상표권 중 일부를 보유하고 일부 상표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다면, 당해 상표권에 화체되어 있었던 신용이 상표양도인과 상표양수인에게 분리되어 이전되고, 결과적으로 상표양도인과 상표양수인이 동일, 유사상품에 대하여 자신의 상표권을 사용한다면, 일반수요자는 상품출처혼동 혹은 상품품질오인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상표법은 명시적으로 상표출원인 혹은 상표권자의 자유로운 상표양도를 인정하면서, 다만 예외적으로 상표양도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상품출처혼동과 상품품질오인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야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상표등록 무효사유 혹은 취소사유를 규정함으로써, 이들의 자유로운 상표양도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소비자에 대한 피해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한다면, 상표양도에 대해서는 우리 상표법 법리가 미국 상표법 법리보다 상표권자에게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 상표법 법리는 재산권에 대한 자유로운 양도는 다른 유형의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상표권에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법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상표법상 상표양도 법리에는 TRIPS 협정, NAFTA 협정, 상표법조약과 같은 국제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적절하고도 유연한 정책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