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전기요금 인상 여파'...전기차 충전사업자 매물 나왔다

국내 전기차 충전서비스 업계 처음으로 충전 사업권을 넘기는 업체가 나왔다.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전국에 수천기의 충전기를 깔았는데 지난 7월부터 국내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 할인 폭이 줄면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이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체까지 충전기 등 사업 운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운영 중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형 유통매장 내 공동 전기차 충전소.
한국전력공사가 운영 중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형 유통매장 내 공동 전기차 충전소.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받고, 전국에 약 600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해 운영 중인 A사가 자사의 충전인프라 전체 물량을 매각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정한 충전사업자 중에 사업을 포기한 첫 사례다.

올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충전기 물량이 작년 대비 3분의 1로 줄면서 올해 보조금 수행 사업이 어려워졌다. 특히 한전이 2017년부터 3년 넘게 면제해 온 충전기 '기본요금(㎾당 2580원)'을 지난 7월부터 50% 부과로 전환하면서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

A사뿐 아니라, 일부 충전업계도 운영 중인 충전기를 다른 회사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충전서비스 업체는 대부분 2017년부터 환경부로부터 충전기(7㎾급·공용) 보조금 최대 350만원을 받아 전국에 수천기의 충전기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으로 충전기 당 50만원 안팎의 이익을 남겼고, 지난 3년 동안 충전용 전기요금(기본료)까지 면제 받아 온 탓에 사업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7월부터 기본료 50% 부과가 시작되면서 충전기 당 매달 8365원의 고정비 부담이 생겼다. 환경부가 자금을 지원해 전국에 구축한 공용 충전시설(완속)은 약 4만기다.

기본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한달에 한번도 사용되지 않는 충전기가 절반에 달한다. 기본요금에 유지·보수 비용만 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마구잡이식 충전기 설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업체 중 한 곳이 6000기에 달하는 충전기 물량을 타사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실사까지 마친 상태”라며 “사업권 매각이나 위탁을 고려 중인 업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전용 전기요금 정상화로 업계의 옥석을 가려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2017년부터 3년 동안 면제해 온 전기차 완속·급속 충전기 기본요금(㎾h당 완속 2390원·급속 2580원)을 올해 7월부터 50% 부과와 충전량에 따른 사용요금도 기존 50%의 할인 혜택을 앞으로 2년 동안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