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송현동 부지 논란, '강대강'으로는 답 없다

[기자수첩]송현동 부지 논란, '강대강'으로는 답 없다

경복궁 오른쪽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3만6642㎡ 규모의 빈 택지가 있다.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로, 삼성생명이 1997년에 매입한 것을 대한항공이 2008년에 사들인 곳이다.

올해 이곳을 둘러싸고 대한항공과 서울시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지정을 추진하면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한항공의 고충민원 제기로 중재에 나섰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한 건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추진하면서 매각에 차질이 빚어졌다. 실제 예비 입찰에 참여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 움직임에 이곳을 인수하더라도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서울시가 보상비로 약 4671억원을 책정해 공개한 것도 대한항공 입장에선 억울할 만하다. 서울시가 제시한 보상비는 자칫 민간 매각금액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5000억~6000억원을 예상했다.

송현동 부지 최대 쟁점은 가격이다. 대한항공은 경쟁입찰을 통해 최대가를 받길 원하지만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대로 매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금지급 방식도 쟁점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항공업계는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도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자산을 모두 팔고 있다. 기내식 사업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매각하고, 유상증자까지 했다. 숨통을 틔워 놨지만 방심하긴 이르다.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생각보다 적은 금액, 그것도 오는 2022년까지 나눠 받는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대한항공과 서울시 대립에 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서울시의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협상은 어느 일방이 손해를 떠안으면 타결되기 어렵다. 특히 인허가권이라는 우월 지위에 있는 서울시는 항공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이보다 앞서 공개된 부지매입 외 행·재정 지원 방안도 구체화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1일 열린 권익위 2차 조정회의를 계기로 상반된 의견을 좁혀 가길 기대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