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대병원이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경증 환자 관리를 위해 운영한 문경생활치료센터에는 '스마트활력징후 측정장비'라는 첨단 시스템이 도입돼 입소한 환자 상태를 관리했다. 이 시스템은 국내 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 트라이벨랩이 공급했다.
김진모 트라이벨랩 서울지사 대표는 “문경생활치료센터 코로나19 환자 관리 경험을 통해 원격 모니터링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서울대병원이 추가로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를 비롯해 다수 병원과 시스템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트라이벨랩이 공급한 'VDR-1000'은 기존 4대의 기기로 측정해야했던 심전도, 산소포화도, 혈압, 심박수, 호흡수, 체온 등 6가지 생체신호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의료기기다.
센터에 입소한 환자들이 스스로 착용해 측정한 데이터는 상황실 대시보드에 전송된다. 의료진과 확진자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도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환자가 자가입력하는 단순 모바일 문진 시스템과 달리 기기를 부착해야만 신호가 입력되고 환자가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성이 높다. 수집된 정보는 전용선을 통해 서울대병원 중앙 서버로 실시간 전송돼 서울 본원에서도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김 대표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환자 모니터링 중 바이탈 사인이 악화돼 병원으로 전원을 보낸 사례가 있다“면서 “심전도 이상 징후를 보이는 환자에게 퇴소 후 병원 내원을 권유했는데 실제 부정맥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게 된 성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VDR-1000은 당초 병원 내에서 의사들이 환자 상태를 모바일이나 PC로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 기기로 개발됐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이 적극 도입을 결정해 20여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면서 원내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원격지간 모니터링 가능성도 확인했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흉부외과장(정보화실장 역임)은 “의료진들이 혈압, 심박수 등 생체신호를 직접 측정하는 시간을 줄여줘 업무 효율화와 의료진 피로 감소 등에 기여한다”면서 “감염병 상황에서 비대면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장비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병원 내에서도 환자 이동시 등 모니터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VDR-1000은 지난 7월 21일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이 수도권에 추가 개소하는 생활치료센터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등 병원들과도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고가의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부담을 낮추고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격리병실에 들어가는 횟수를 줄여 감염위험과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장은 해외 대형 의료기기 기업들이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외산 시스템과 비교해 최대 30분의 1 가격으로 해외보다 높은 성능을 내는 순수 국산 시스템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