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도 회수 못한 전기요금, 이제는 바꿔야”

에경연, 전기요금 합리화 정책토론
한전 지난해 원가회수율 '93.9%'
조정요금 신설해 원료비 반영 촉구
에너지전환 비용 소비자에 알려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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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문가들이 원가도 회수하지 못하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 등 원료비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경직된 전기요금 체계로 한국전력이 원가도 회수하지 못 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을 전기요금에 명시해 소비자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HJBC 광화문점에서 개최한 '합리적 전기요금 체계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에서 이 같은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 판매단가가 연동되지 않아, 원가도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광수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발전 원가와 외부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가 전기요금을 계속 규제하면서 한전은 총괄원가도 회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이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2014~2017년 전기요금 총괄원가 회수율이 높았지만 2018년 이후로는 원가회수율은 100%가 되지 않았다. 2018년 원가회수율은 94.1%, 지난해 원가회수율은 93.9%를 기록했다. 한전이 원가보전도 못한다는 의미다.

박 위원은 “원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경직적으로 운용한 결과”라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지난해 산업용보다 낮아졌는데, 전기요금에 대한 정책·정치적 영향력 증가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발전 연료가격, 도매시장 거래단가, 소매 판매단가가 연동되지 않고 제각각 변화하면서 전기요금 체계가 시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박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연료 가격이 상승한 2016년에서 지난해까지 도매가격은 13.2% 상승했지만 소매단가는 2.3% 하락했다.

김범조 KEI 컨설팅 상무도 전기요금 제도 조정이 지연되면서 판매사업자인 한전 재무구조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민간사 전력구입비를 포함해 총괄원가 중 42% 수준을 차지하는 연료비 변동에 따라 한전 실적도 급등락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두바이 유가 기준 배럴당 평균 51달러를 기록한 2015년과 배럴당 평균 41달러를 기록한 2016년에 한전은 11조~12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60~80달러대를 기록한 2018년과 지난해에는 적자가 났다.

김 상무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한전 정책 비용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이 해마다 상향되고,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가 본사업으로 전환하면 한전 손실은 더 커질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그는 “연료가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국가경제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판매사업자 재무안정성도 떨어지면서 적극적 투자가 제약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원료비와 괴리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행 '기본요금', '전력량요금'으로 구성된 전기요금 체계에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하고 원료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상무도 연료비 조정항을 도입, 유가 변화에 따른 부담과 정책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한 번에 전기요금을 바꾸기보다 가능한 부분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면서 “소비자가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틀을 갖추고, 연료비 조정항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