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이저 석유사들이 탈탄소 및 친환경 경영 일환으로 잇따라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관심도가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들어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메이저 석유사들은 현재 수십억달러 상당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1·2위 석유회사인 미국 엑슨모빌과 영국 BP를 비롯해 쉘, 토탈, 세브론 등을 아우른다.
이들 5개 메이저사가 잠재 매물로 올려 놓은 자산은 총 750억달러(약 89조475억원) 상당에 이른다. 엑슨모빌의 경우, 2021년과 2025년까지 각각 150억달러(약 18조2730억원), 250억달러(약 30조455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을 밝혔다. 멕시코만과 영국 북해,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적도기니 등 세계 각지 업스트림(원유 생산) 자산을 망라한다. BP는 2025년까지 250억달러(약 29조6825억원) 규모 자산을 매각키로 했다. 알래스카 자산의 경우 130억달러(약 15조4400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 쉘과 세브론은 각각 100억달러, 150억달러 이상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잇단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은 정통 에너지업계에 불고 있는 '청정 에너지' 바람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커진데다 청정 에너지가 대체 자원으로 떠올랐다. 각국은 청정 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BP가 대표 사례다. BP는 아예 청정 에너지 회사로 업을 바꾸기로 했다. 순탄소 배출 제로(0)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 매년 약 50억달러를 신재생 및 바이오 에너지 등에 투자한다. 이들 매물에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각국 석유회사,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산 매각 성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잠재 매입자들이 코로나19 확산 및 유가 불확실성에 따라 긴축 재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유전 매입 등에 큰 돈을 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잠재 매입자들이 지속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거래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메이저 석유사들이 구매자 의중에 맞춰 매각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자들이 매입자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는 상황”이라면서 “석유 의존이 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엑슨모빌 등 잠재 매물만 89조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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