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여개 연구개발목적기관(이하 연구목적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분류 기준이 바뀌었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규율이 적용돼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계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연구목적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해 자율적·창의적 연구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일부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조직·예산·보수·채용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연구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목적기관은 2018년 공운법 개정으로 이듬해 도입된 제도다. 과학·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연구 중심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일괄 분류돼 연구기관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현장 불만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69개 기관을 연구목적기관으로 새로 지정했다. 한국과학기술원,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출연연과 부처 직할 기관 등이 포함됐다.
현행법은 기타공공기관 가운데 연구목적기관을 별도로 분류하지만 보수·인사 등 전반 사항은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 가운데 해외 우수 인력을 충원할 수 없는 인건비 제한과 연봉 기준 등은 효율적인 연구원 선발을 가로막는 규제로 지적됐다. 기관이 연구장비 수급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단기 성과 위주로 연구가 진행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공운위법 개정으로 기타공공기관 분류에서 제외됐지만 현재 인력 운영이나 예산 집행 등에서 다른 일반 공공기관과 똑같은 기준을 일률 적용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목적기관 예산이나 인력 구조 등 구체적인 내용이 개선되지 않아 '명패'만 바뀌었을 뿐 이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연구목적기관의 조직·예산·보수·채용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무 기관 장관과 협의해야 하고, 기관의 성격과 업무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별도 지침을 제정하게 했다. 69개 기관 특성별로 세분화된 지침을 마련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환경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계는 가려운 곳을 긁어 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69개 연구목적기관은 약 3분의 2가 연구회와 소관 출연연이지만 나머지 과학기술원, 사업단, 생물자원관, 산업진흥재단 등 다양한 유형의 기관도 포함됐다. 기관 특성이 상이해 동일한 기준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기관에 따라 연구개발비가 많게는 1조원 이상, 연구직은 2000여명 가까이 차이 나는 곳도 있다. 부처별로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6개, 국무조정실 24개, 보건복지부 3개, 그 외 11개 부처 16개 기관으로 나뉘어 있어 기재부 일괄 관리에 어려움도 있다.

이상민 의원실은 앞으로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 방안 마련과 연구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의원은 “연구목적기관 분류에도 연구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면서 “개정안으로 허울뿐인 연구목적기관 지정이 아니라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침으로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