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는 등의 직제개편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감염병 대응체계에서 획기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내정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질병관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안'을 의결하며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감염병 감시부터 조사분석, 위기대응과 예방까지 유기적이며 촘촘한 대응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조직이 확대된다. 정원도 907명에서 1476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보건연구원 아래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는 것과 관련해선 “감염병 바이러스와 임상연구, 백신개발 지원 등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전 주기 연구개발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의 감염병 대응체계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다섯 개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해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능력을 크게 높여주고, 지역사회 방역을 보다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참여정부 당시 국립보건원이 확대 개편되면서 만들어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문 대통령은 “(질본은)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세계의 모범이 된 K-방역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드디어 오늘, 독립된 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됨으로써 독립성과 전문성이 대폭 강화된 감염병 총괄기구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보건 분야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하면서는 “의미가 자못 크다”고 했다. 코로나19 등 보건위기가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나가는 것과 함께 공공의료 인력 수급과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개선 기능도 보강되고, 최근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정신건강에 대한 정책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신성장 동력으로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건의료 산업을 육성 정책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우리의 감염병 대응체계와 보건의료 역량이 한 차원 더 높게 발전할 것”이라며 “승격되는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감염병 대응력을 한층 더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복지부 보건 차관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안정되는 대로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의정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적극 소통하고 국회와 협력하며, 국민의 여론도 폭넓게 수렴하여,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비롯해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강도태 복지부 기획조정실장, 여성가족부 차관에는 김경선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질병관리청장으로 발탁됐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 공포안' 등 법률공포안,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률안, '2020년도 공공비축 시행계획(안) 및 2021 양곡연도 정부관리양곡 수급계획(안)' 등 일반안건도 심의·의결됐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조치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심각단계 위기경보가 발령되는 등 가족 돌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가족돌봄휴가 기간을 연간 최대 10일에서 추가 최대 10일(한부모는 최대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의 위험에 노출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까지 고용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 국민 고용보험 시행의 디딤돌이 되는 법률안으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생활안정과 조기재취업의 발판이 마련되어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