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1.1% 역성장을 전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지난 5월 전망치 대비 1.3%포인트(P) 낮춘 것이다.
KDI는 8일 이같은 내용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이 올해 -1.1%, 내년 3.5%이면 연평균 1.2% 성장하는 모습이라 잠재성장률보다 상당히 낮다”며 “경제회복 속도로 'V자 회복'은 아닌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2.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차 확산 기준 〃2.0%), 한국은행(-1.3%)보다 높다. LG경제연구원(-1.0%), 현대경제연구원(-0.5%) 등 국내 민간 연구기관보다는 낮다.
보고서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배경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회복 지체 가능성'을 지목했다.
정 실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1%는 9월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드는 전제가 깔린 것이므로, 3단계로 진행된다면 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수출은 5월 전망치(올해 〃3.4%, 내년 4.9%)에서 -4.2%, 내년 3.4%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상품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나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올해 4.6% 감소한 뒤 내년에 소폭 반등(2.7%)에 그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감염 우려로 소비 활동이 제한된 가운데 경기 부진에 따라 소득과 민간 소비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경상수지는 교역조건이 개선되겠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올해 570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소폭 반등한 58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 투자는 작년 기저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등으로 올해(4.2%)와 내년(4.8%)에 완만한 회복세를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 0.7%, 실업률은 4.0%, 4.1%로 전망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5월 0명 전망을 '15만명 감소'로 마이너스 전환하고, 내년 15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KDI는 향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이 조기에 개발돼 광범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경우 내년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경기 회복도 더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대립도 두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