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어 우려' 초저금리에도 수입차 할부 이자는 국산차 '3배'

#직장인 김상우씨(41)는 최근 800만원에 이르는 할인을 받고 7000만원대 독일 수입차를 구매했다. 해당 차종이 모델 변경을 앞둔 상황이어서 할인 폭이 컸다. 다만 금리가 8% 수준인 금융 계열사의 할부 상품을 이용하는 조건이 붙었다. 초기 부담은 적었지만 매달 140만원(선납금 30%, 36개월 할부 기준)을 납부해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수입차 금융 계열사들이 여전히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독일 수입차의 금융 계열사 금리는 국내 금융사보다 최고 세 배에 달했다.

서울 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서울 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8일 여신금융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금융 계열사 가운데 신차 최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로, 12.08%의 이자를 받고 있었다. 평균 최고 금리가 4~5%대인 국산차 금융상품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내수 판촉을 위해 60개월 무이자 할부 상품까지 내놓고 있는 국산차 업계와 대조를 보인다.

다른 업체도 금리가 높긴 마찬가지다.

업체별 금융상품 최고 금리는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7.12%,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8.99%,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6.55% 등이다.

수입차 딜러사가 운영하는 금융 계열사도 금리가 높다.

스타파이낸셜서비시스(SSCL, 포르쉐)·도이치파이낸셜(도이치모터스, BMW)·효성캐피탈(더클래스효성, 벤츠)도 각각 9.03%, 8.57%, 6.90%에 달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할부나 리스 구매 시 계열사를 통해 차량을 계약해야 할인이나 정비 쿠폰 등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고금리 금융상품 이용을 유도했다. 차량 가격에서 할인해 준 금액을 이자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칫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 지출로 인해 '카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중고차 시장에는 할부나 리스 승계 조건의 차량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상품 계약이 계열사로 집중되면서 수입차 관련 금융사들의 지난해 경영 실적도 차량 판매량과 무관하게 견조함을 유지했다.

벤츠·BMW·폭스바겐 파이낸셜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1677억원이다. 수입차 판매가 고점을 찍은 2018년 179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약 2만대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지난해 각 사의 영업이익은 벤츠파이낸셜 789억원, BMW파이낸셜 727억원, 폭스바겐파이낸셜 161억원이다. 평균 순이익은 영업이익의 8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았다. 특히 지난해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벤츠파이낸셜은 485억원을 본사인 독일 다임러그룹 등에 배당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시장 경쟁 심화로 수입차 회사들이 차량을 판매해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금융상품 판매나 사고 수리 등 정비 서비스 분야로 수익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차 구매 시 적용받는 할인율과 금리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수입차 금융사가 국내 금융사보다 최고 금리가 다소 높을 수는 있지만 평균 실제 금리를 따져보면 프로모션이나 개인 신용도에 따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일률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