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추석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주력 품목의 객단가 상승으로 전체 매출 증대 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이미 선물세트 구성을 마친 상태에서 한 박자 늦은 조치가 못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내달 4일까지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20만원으로 한시적 상향된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까지 허용해 왔다.
선물세트 상한액이 기존 두 배로 뛰면서 유통업계가 직접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비대면 추석에 대응해 프리미엄 세트 물량을 대폭 늘린 상황에서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상품도 법인 구매 수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백화점이 본판매를 앞두고 구성한 정육 선물세트 중 10만~20만원 상품 구성비는 39.6%다. 10만원 미만은 6.6%에 그쳤다. 청탁금지법에 맞춰 선물을 구매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7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상품으로 따져 봐도 수혜가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가격대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10만~20만원 상품이 26.7%를 차지했다. 올해는 10만원 미만(37.9%)을 넘어 가장 많은 구성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청과 세트가 인기를 얻을 걸로 예상된다. 백화점에서 정육·수산 주력 상품 가격대는 20만원 이상으로, 그보다 저렴하면서 실속 구성이 가능한 청과 선물세트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신선식품의 경우 원가가 높아 아무래도 10만원 미만 품목 비중은 미미했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전체 객단가가 올라가면 어려운 유통업계 매출 회복에도 단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가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는 지난 2018년에도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설 명절 수혜를 누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은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5만원~10만원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대비 36.2% 신장하며 개정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롯데백화점 역시 선물 상한액이 상향된 정육과 청과, 굴비 등 매출이 각각 19.5%, 12.1%, 9.4% 늘며 신장세를 견인한 바 있다.
상대적 단가가 낮은 중저가 선물세트를 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그간 판매량이 적었던 20만원 미만 농축수산 선물세트가 올 추석에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량 주문이 많은 사전예약 판매에는 가성비 상품을 주로 운영하고, 개인 수요가 늘어나는 본판매부터 본격적으로 고가 상품을 확대 운영한다”면서 “오는 19일부터 시작하는 본판매를 앞두고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권익위 결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늦게 개정이 이뤄지다보니 현장에선 이미 선물세트 구성을 다 마친 상태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탈로그를 제작·배포했고 본판매 선물세트 역시 구성을 마무리한 상황”이라며 “20만원 미만 상품 물량을 추가로 확대해 대응할 수는 있겠지만, 상품 구성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협력 농가에 보다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선물세트를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