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하니 나와 전혀 다른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VR는 완벽한 몰입감을 제공,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레미 베일렌슨 미국 스탠포드대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장은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에듀테크코리아 포럼'에서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만나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본질 속에서 변화를 탐구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KEFA)가 주관한 행사다.
베일렌슨 소장은 수많은 실험 결과 VR가 타인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사이가 좋지 않은 두 그룹을 VR를 이용해 친해지게 했다”며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은 평소 친하지 않았던 사람의 모습인 아바타가 곧 자신이라고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타인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갔다. 베일렌슨 소장은 “실험 결과 친하지 않았던 그룹에 대한 공감은 물론 행동과 생각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VR는 자신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베일렌슨 소장은 VR를 이용해 20대가 60대, 70대의 본인 모습을 경험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미국 20대는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잘 하지 않는다. 이는 노인빈곤이란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신의 노화를 경험한 이들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됐다. VR로 70대를 경험하지 않은 대상자에 비해 예금을 하는 이들이(VR실험 참여자) 많았다. 베일렌슨 교수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를 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로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미국 금융기업과 이 서비스를 진행해 젊은층의 저축을 늘렸다. 젊은이들이 은퇴 이후의 생활을 준비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베일렌슨 소장은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불가능한 요즘 VR를 교육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VR로 현실에서는 가기 어려운 곳을 갈 수 있는 등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위기 상황에서 좋은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R 등 최신 기술을 만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VR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산만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VR 고글을 쓰고 있다면 실제 현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몰입도 높은 VR에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20분 정도만 VR를 이용하고 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일렌슨 소장은 스탠포드대에서 우수교육자 학장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0년에는 국제전기전자학회(IEEE)로부터 가상증강현실기술 공로상을 받았다.
포럼에선 코로나19 이후 많은 국가에서 기술을 이용한 교육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페르난도 레이머스 하버드대 국제교육실천학 포드재단 교수는 “3월초 OECD등 여러 국제기관과 함께 일하면서 교육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100개국 교육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비한 교육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 국가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다.
3개월 뒤 동일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설문 조사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레이머스 교수는 교육 플랫폼, 교육연수 준비 등 창의적인 방법이 많은 국가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가 새로운 창의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