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수입차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고차 거래시장에 국내 완성차 업체 진입이 규제되면서 수입차보다 국산 중고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 불신도 개선이 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선 2017년식 제네시스 'G80' 가격은 신차 대비 30.7% 떨어졌지만,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벤츠의 'E클래스'는 25.5%, 'GLC'는 20.6% 낮는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2017년식 현대차 '쏘나타'는 45.7%, BMW '3시리즈'는 40.9%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협회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이 없는 미국에선 한국 브랜드 차의 가격이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다. 2020년 현재 2017년식 '아반떼'와 폭스바겐 '제타'의 평균 감가율은 34.8%로 비슷했고, 2017년식 '투싼'은 37.7%로 2017년식 '트랙스'(38.1%), '티구안'(47.5%)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수입차 업체들은 대부분 '중고차 인증제'를 자체 도입하는데 이는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 중 일정 기한이나 일정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업체가 다시 매입한 후 차량 상태를 정밀 점검·검사한 후 필요시 수리를 거쳐 판매하는 형태다. 또 일정 기간동안 차량의 안전성과 A/S, 무상수리, 품질 보증 등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중고차 가치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데도 현대차 등 국산차 업체는 시장 규제로 중고차 거래가 불가능하다. 반면 수입차 업계 중고차 인증제 도입은 BMW 인증중고차(BPS), 벤츠 인증중고차(Starclass), Audi인증중고차(AAP), 렉서스 인증중고차(Certified) 등이 대표적이다.
협회는 중고차 품질 보증 등의 노력이 제한돼있다 보니 국산차 신차 경쟁력 향상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업체에서 제조·판매·정비·중고차 거래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완성차업체가 인증절차를 거친 중고차 제품을 공급할 기회를 보장하면 소비자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