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을 기념하며

9월 7일은 절기 상 백로에 해당한다. 절기 이름 백로에는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는 다소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 있다. 기후 상으로는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이 들 조짐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번 여름은 극심한 장마로 비 얘기만 나오면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비가 그치자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국민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가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미세먼지와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정말로 끊임없는 자연·인위 재난이자 전쟁이다.

[ET단상]'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을 기념하며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 7일은 세계 축제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제안으로 유엔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이하 '푸른 하늘의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안으로 지정된 첫 번째 유엔 공식 기념일이다. 이는 미세먼지라는 환경 재난을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한편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국제 기념일을 만든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10년 동안 이에 관한 국내 행사가 세계맑은공기연맹, 한국공기청정협회 등 민간단체에 의해 환경부 지원으로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유엔 공식 기념일 지정을 성사시킨 것이다.

푸른 하늘의 날을 지정한 유엔 결의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맑은 공기가 사람 건강과 일상생활에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대기오염이 인간의 건강에 중대한 환경 위험 요소이자 전 세계에 걸쳐 사망 및 질병을 야기하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유념하고…' 등을 포함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실내외 공기오염으로 연 70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통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유엔은 또 결의안에서 “맑은 공기를 위한 국제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스스로만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기여도에 대한 이견이 있고 기상과 기타 조건에 따른 변동도 있다. 미세먼지 절반 정도가 외부에서 유입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문제는 국제 협력이 필수다. 이런 국제 행사를 통해 전 세계가 깨끗한 공기에 대해 더욱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동아시아 국가와 밀접한 대화 및 협력의 초석을 다질 기회가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중국도 이 기념일에 찬성했으며, 기념일 이름을 정하는 데 기여를 많이 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주도했고 중국도 이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은 앞으로 양국 간 미세먼지 관련 협력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유럽이 기후변화 문제에 앞장서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지리 조건만 탓하지 말고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국제대기환경단체연합(IUAPPA)이라는 세계 대기오염 관련 학회 국제연맹 사무국을 서울에 유치, 앞으로 활발한 국제 대기오염 관련 학술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미세먼지 사태'를 디딤돌 삼아 전 세계에서 푸른 하늘을 보고 맑은 공기만을 마실 수 있는 시대를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선우영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 겸 IUAPPA(국제대기환경단체연합) 사무총장 ysunwoo@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