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뽑아쓴다'...내년에 나오는 국산 전기차 '차박' 돌풍 예고

내년에 출시되는 국산 전기차에 다른 수입차들에서는 보긴 힘든 '전기 콘센트'가 잇따라 장착된다. 자동차의 시동을 켜지 않고도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아무 때나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전기차의 강점을 활용한 상품 전략이다. 동급 차체 보다 실내 공간까지 넓어 특히 '차박(자동차 야영)'으로 활용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다.

내년 4월 국내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아이오닉5.
내년 4월 국내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아이오닉5.

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4월 국내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8월 출시 예정인 기아차 '이매진'에 220볼트 전기콘센트가 실내 공간에 기본 내장된다. 또 내년 2분기 출시하는 쌍용차 '코란도 전기차'에도 동일한 전기콘센트가 기본 장착된다.

지금까지 출시된 전기차 중에 전기 콘센트를 내장한 건 기아차 '니로EV'를 포함해 국산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박 이용자가 유독 많은 국내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의 배터리에는 4인 가구(월평균 전력소비량 350㎾h)가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60~80㎾h)가 저장돼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100만원 안팎의 '220V 인버터'를 별도로 구입해 가전제품 등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출시되는 국산 전기차는 시동을 켜지 않고도, 가전제품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콘센트가 기본 장착된다.

내년 8월 국내 출시 예정인 기아차의 배터리 전기차 이매진 콘셉트.
내년 8월 국내 출시 예정인 기아차의 배터리 전기차 이매진 콘셉트.

배터리가 제공하는 전기로 에어컨과 히터는 물론이고, 여행이나 야영에 필요한 소형 냉장고나 각종 취사용 전기제품과 차박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영화 관람용 빔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기기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차량 제조사 별로 차량 실내 공간에 최적화된 텐트나 침구세트 등도 옵션 상품으로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차량 내 전기콘센트를 두 개 장착해 외부 전원 활용도를 높였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콘센트 이외 세계 최초로 완·급속 충전코드에서 대용량의 전기차를 뽑아 쓸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기능도 장착해 다른 전기차와 전기를 공유하고, 가정이나 대형 전기시설에도 전원을 지원할 수 있다. 쌍용차 역시 '코란도 전기차'에 전기콘센트를 장착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특화된 '전기차 차박' 상품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전용 플랫폼 장착한 전기차가 출시됨에 따라 가장 큰 장점인 확장된 실내 공간 강점과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활용한 상품 전략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는 4인가구가 1주일 동안 쓰는 전력량과 맞먹을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차박뿐 아니라, 공사장 등 내연기관 발전차량 역할까지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