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류업계가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에 투자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과 동시에 상생 이미지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던 스타트업들로서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0월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이후 올 한 해 동안 4개 스타트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5월 가정간편식(HMR) 스타트업 '아빠컴퍼니'를 시작으로 6월 리빙테크 기업 '이디연', 스포츠 퀴즈게임 업체 '데브헤드'에 이어 지난달에는 푸드 플랫폼 기업 '식탁이있는삶(퍼밀)'을 투자처로 선정,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법인형 엔젤투자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운영 중인 엔젤투자 매칭펀드를 신청할 수 있는 투자자다. 기업에 선(先) 투자 이후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신청하면 심의 이후 선 투자 금액의 1∼2배인 추가 투자금을 기업이 받게 되는 방식이다.
농심은 2018년 식품업계 최초로 외부 스타트업 3곳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달차컴퍼니',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 '패신저스', 헬스케어 스타트업 '진원온원' 등 3개 업체의 지분을 매입했다. 투자 금액은 각 1억원이다.
단순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 '오벤터스(O!VentUs)'를 운영하고 있다. 오벤터스는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을 발굴해 CJ그룹 계열사와 공동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상생 사업이다.
CJ그룹은 지난해 오벤터스 1기로 총 6개 기업을 선정·지원했으며 이 기업들은 4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38억원의 투자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참가 전 대비 기업가치를 4배 이상 높였다. 올해는 오벤터스 2기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푸드테크 △물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분야에서 3기 기업을 모집중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비대면 마케팅 도구로 '와디즈'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신제품 론칭 전 펀딩 과정으로 판매 수요 예측과 초기 반응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SPC삼립은 지난달 31일 밀키트 전문 기업 '푸드어셈블'과 밀키트 사업 확대를 위한 MOU를 맺었다. '피그인더가든', '삼립잇츠' 등 SPC삼립의 브랜드를 밀키트 영역으로 확장해 푸스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고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제품 트렌드 변화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식음료 업체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