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3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공적 마스크 5부제 정책을 추진했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 앞에 몇 시간가량 줄을 서는 광경이 펼쳐졌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적 마스크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 기업과 시민개발자가 마스크 판매 현황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했다. 판매 현황 사이트 덕분에 주변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가능해졌다. 국민 불편함을 줄인 대표 공공 데이터 개방 사례다.
NIA는 코로나19 이후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뿐 아니라 국민안심병원, 선별 진료소 데이터 등을 개방했다.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로 꼽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공유됐다.
NIA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받는 공공기관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배경에는 지난 2년간 집중 펼쳐온 노력이 있다. 문용식 NIA 원장은 2년 전 취임 후 클라우드 전면 확대 도입과 데이터 경제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공공이 민간 클라우드 도입에 빗장을 풀었다. 인공지능(AI) 원천인 데이터는 대통령이 주창한 데이터 경제의 기반이 됐다. 국회까지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뉴딜 사업 중심에도 클라우드와 데이터가 있다. 그리고 이를 진두지휘 하는 곳이 바로 NIA다.
국가정보화 기본법 전부개정안이 오는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NIA 명칭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변경된다. 국가정보화를 넘어 AI 기반 지능정보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추진 총괄 전담기관으로 거듭난다.
문 원장을 만나 지난 2년간 주력했던 정책성과를 물었다. 디지털 뉴딜 주요 사업 추진계획과 앞으로 지능정보사회 총괄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대담=윤대원 ICT융합부장
-최근 정부 디지털 뉴딜 관련 NIA에서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주목하거나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디지털 뉴딜 중 핵심이 되는 사업은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이다. 데이터 산업 고용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총 고용 인력 가운데 데이터 관련 인력 비중이 0.3% 수준이다. 미국(9.3%)과 일본(6.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데이터 뉴딜 정책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정부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올해 총 3315억을 투입할 계획이다. 약 6만명에 달하는 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 예산 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사업 추진으로 예산 10억원당 200명 일자리 창출효과를 발생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에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데이터 수집·가공에 참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도입해 작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가 일부 시행한 'AI 데이터 구축사업'의 경우 프로젝트당 참가자 평균수입이 약 200만원이다. 전문성 유무나 투입시간에 따라 수백만원대의 수익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 시작은 단순 일자리지만 데이터 수집·가공뿐 아니라 데이터 품질을 높여주는 전문업무로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이들이 고급 인력으로 성장, 관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디지털 뉴딜 사업 대부분이 데이터 분야다.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데이터 관련 어떤 변화(생태계, 산업 등)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한국 AI 경쟁력은 경쟁국 대비 뒤처졌다. AI 모델 성능 향상에 필요한 AI 학습용 데이터는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발생하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국내 AI 중소·벤처기업에 큰 부담이다. AI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애로사항이 많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을 2017년부터 추진했다. 디지털 뉴딜 사업 일환으로 이 사업을 올해 대규모로 확대한다. 올해 1차 사업(20개)에 이어 추경예산으로 총 150종 AI 학습용 데이터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데이터 과제는 민간 산업계와 공공 수요를 기반으로 발굴했다. AI 전문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고도화에 이들 데이터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IT서비스·시스템통합(SI) 기업이 AI와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국내 AI 생태계를 확대하고 활성화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뉴딜은 향후 3년간 진행된다. 3년 후 사업 연속성과 인력 채용 보장 등에 대해 궁금해 한다. 관련 대안이 있는가.
▲디지털 뉴딜 사업에는 데이터·AI, 클라우드 등 큰 줄기 안에 또 세분화된 여러 가지 과제가 있다. 일례로 'AI 데이터 라벨러'가 있다. 사진이나 문서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AI가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라벨링을 해야 한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AI 데이터 라벨러'다. 처음에는 단순한 작업부터 시작한다. 향후 데이터 분석·활용 등 고급 기술까지 이어지도록 교육과 경험, 취업박람회 등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정적 일자리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지금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이다.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 사업도 마찬가지다. 만 19세 이상부터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2주간 공공데이터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평가를 통해 최종 인력을 선발한다. 선발된 청년 인턴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에 배치된다. 기관 담당자와 함께 공공데이터 수집·개방·품질진단 등 현장 경험을 쌓는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공식수료증과 경력증명서를 발급해 이후 관련 직무로 나가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취업연계 박람회, 데이터 기업과 매칭 지원 등으로 청년 인턴 데이터 분야 취업을 지원하려한다. 데이터 업무를 희망하는 우수인턴에게는 인턴기간 종료 후 별도 전문교육도 제공할 예정이다.
디지털화를 추진하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뉴딜은 단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양질 일자리를 제공하고 개개인의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취임부터 클라우드 활성화를 주창했다. 최근 공공분야 민간 클라우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디지털 뉴딜에서도 클라우드 관련 사업을 다수 진행한다. 공공 클라우드 도입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 향후 어떤 노력이 더해져야한다고 생각하는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는 포스트 코로나와 AI 강국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다. 정부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 선진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이다.
불과 2년전 만 해도 각종 규제로 공공부문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1% 수준에 불과했다. 공공 민간 클라우드 활용 규제를 걷어내면서 민간 클라우드 이용대상과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코로나19로 뉴노멀·언택트 시대로 전환되면서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면 도입과 확산 중요성이 커졌다. 정부 클라우드 관련 기조에 탄력이 더해지며 올해는 클라우드 도입 본격 확산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일환으로 공공부문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올해 말까지 수립한다. 내년부터는 개별 기관 시스템을 전환해 2025년까지 모든 행정·공공기관의 레거시 시스템을 대상으로 클라우드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도입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 제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공부문에서 활발한 디지털서비스 도입을 통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클라우드 확산을 위해 마중물을 부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이에 대한 화답을 해주길 바란다.
-기업과 정부가 빠르게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우려도 많다. 앞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을 줄이기 위해 어떤 지원 혹은 정책을 추가 집행할 계획인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전면화 되면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디지털 활용 교육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교육 장소(기존 복지관→생활 SOC)와 대상(특정 취약계층→전 국민)을 전면 확대한다.
모바일 뱅킹, 온라인 쇼핑, 교통이용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 디지털 활용 교육을 시급하다. 기존 진행하던 '정보화 교육지원' 사업을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으로 통합·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일반국민 정보역량 수준은 평균 64.7점이다. 정보역량 수준 평균 이하는 43%(7000명 중 3008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 가운데 약 43%(2100만명)가 주요 교육 대상으로 판단된다.
우선 기존 정보격차해소 지원 사업 교육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복지관, 경로당, 노인회관, 마을회관, 지역사무소(리 혹은 어촌계단위) 등 생활 SOC 약 1000개소에 찾아가는 이동형 교육을 추진할 방침이다. 고령층·장애인 등 취약계층 특수성을 고려한 수준별 온·오프라인 맞춤형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능정보화기본법 통과에 따라 올해 말 원 명칭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변경된다. 명칭 변경 관련 작업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명칭 변경 후 원 역할과 목표 등은 달라지는가.
▲정보화 혁명의 기본법이었던 '국가정보화 기본법'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기술혁신 촉진, 전(全) 산업 지능화와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능정보화 기본법'으로 개정됐다. 오는 12월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12조에 따라 한국정보화진흥원 명칭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명칭변경은 NIA가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추진 총괄 전담기관임을 의미한다.
기존 국가정보화를 넘어 지능정보사회를 구현한다는 입법 취지에 맞게 기관 정체성과 중장기 방향성 등을 재정립하려 한다.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법제 기반 마련'이라는 기치에 맞게 지능정보화 기본법에서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기관으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NIA는 데이터 시책 수립 지원에서부터 데이터 생산·관리·유통·활용 활성화를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디지털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능정보사회윤리 확립과 대국민 인식 제고를 비롯한 지능정보기술·지능정보서비스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혁신적 포용국가 달성에 이바지할 것이다.
-취임한지 만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주요 성과가 무엇이고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부분에 주력할 계획인가.
▲지난해 빅데이터 10대 플랫폼·100개 센터 구축으로 1458종 신규 데이터를 생산·개방했다. 그 결과 235개 기업에서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유통·거래 기반을 조성했다.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으로 2019년 OECD 공공데이터 평가 3회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디지털 기반 정부혁신을 위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이 국가 정책으로 확정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공적 마스크 데이터를 개방해 기업과 시민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했다. 클라우드가 필요한 기관과 개발자에게 클라우드를 무료로 제공해 앱과 웹 개발에 따르는 개인 부담을 줄였다. 접속 폭주에도 장애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했다.
최근 주요 이슈 중 하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이다. NIA는 디지털 뉴딜 실질적인 책임기관으로서 역할을 맡았다.
AI 데이터셋 구축사업, 공공데이터 개방·품질 개선사업, 5G 국가망 등 인프라 확충사업, 생활 SOC 기반 디지털 역량센터 구축사업 등 맡은 굵직한 사업만 대여섯개다. 세부적으로는 수십개 사업이 있다.
이 같은 규모의 사업을 NIA가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과거 20여 년 전 IMF 경제위기 때도 ICT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국가적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
○문용식 원장은...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은 전주고를 나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나우콤 대표와 나우콤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김근태재단 부이사장과, 이사를 역임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공유사회네트워크 함께살자 이사장을 맡았다. 2015년부터 2년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을 지내고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 가짜뉴스대책단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2년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총리실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과 NIA 원장을 맡고 있다.
정리=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