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많은 응용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역으로 기초학문과의 융합을 통해서도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과 AI를 융합해 DNA의 신비를 풀어내겠습니다.”
율촌AI장학생인 이도훈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협동과정 생물정보학전공 박사과정 학생은 DNA 메틸화를 밝혀내기 위해 AI를 활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율촌AI장학생은 서울대 AI연구원이 농심그룹 율촌재단 지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세계 수준 AI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을 선발한다.
DNA의 메틸화는 유전자 형질 발현을 조절하는 화학적 변형 중 하나다. 암 억제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과다한 메틸화는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도훈 학생은 “DNA 메틸화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해 정상적인 과정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이용해 패턴을 학습, 어떻게 DNA 메틸화가 일어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DNA 메틸화라는 초고차원의 확률론적 데이터는 전통적인 분석 방법으로는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도훈 학생은 기존 연구로 풀지 못했던 문제를 딥러닝을 도입해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메틸화 패턴을 모델에 학습시키고, 이를 해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히스톤 변형, 염색질의 상태, 유전체 염기 서열에 기반한 메틸화 패턴의 보편적 형성 원리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자신했다.
이도훈 학생은 생명과학학부를 전공,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학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생명과학과 AI 등 컴퓨터공학 융합을 시도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의 생명과학 실험도 재미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는 것과 컴퓨터로 알고리즘을 작성해 생명과학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비슷하다”며 컴퓨터도 하나의 실험 도구라고 강조했다.
AI의 도움으로 복잡한 현상이 많은 생명과학에서도 재미있는 원리를 많이 발견할 것으로 이도훈 학생은 전망했다.
이어 “난제가 많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AI가 복잡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도훈 학생은 AI융합 인재로 꼽힌다.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하면서도 생명과학학부를 수석 졸업했다.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최고 권위지인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에 논문을 게재했다.
율촌재단은 AI 우수 인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 서울대 AI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율촌재단은 매년 동일한 규모의 장학금을 약 10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산업에 당장 활용되는 AI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학문과 AI의 만남에 더 주목한다면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들이 수없이 발견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원장은 “율촌 AI 장학금 지원자 서류를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읽어 보니 젊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접목해 창의적인 연구에 도전하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