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세트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백화점은 1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선물세트와 3만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를 동시에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향 방문 대신 고가 선물을 보내려는 수요가 늘면서 평균 구매 단가도 높아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 추석 선물로 선보인 DRC 와인 세트 가격을 9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도멘 드라 로마네 꽁띠가 생산한 와인 6병으로 구성됐으며 한 병이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신세계백화점도 추석 선물로 3500만원짜리 '로얄 살루트 52년 싱글 캐스크 피니쉬 에디션'을 선보였다. 편의점 CU는 오토 캠핑카를 추석 선물로 내놨는데 가격이 최고 7370만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전체 선물세트의 판매 단가가 예년보다 높아지며 양극화를 키웠다. 비대면 명절을 보내는 대신 더 좋은 고가의 선물을 전하려는 수요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저가 실속형 상품을 찾는 수요가 맞물렸다.
각 업체들도 명확한 타깃층을 형성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상품 구성에 집중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선물세트는 3만원 미만의 실속세트부터 5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선보여 고객의 입맛대로 선택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백화점은 올해 고가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을 작년 추석보다 20% 이상 확대했다. 200만원짜리 굴비 세트와 170만원짜리 한우 세트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도 4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작년보다 15% 늘렸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20만원이 넘는 고가 한우세트 물량을 지난해 추석보다 30% 확대하는 동시에 1만~2만원대 실속 선물 물량도 30% 늘렸다. 중저가 비중을 줄이고 고가와 초저가 둘로 나눠 출시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이번 사전 예약판매 기간 20만원 이상 고가 한우 매출은 지난해 추석보다 28.4% 늘어난 반면에 5만~10만원대 중가 상품의 경우 매출이 18.7% 줄며 대조를 이뤘다. 롯데마트 역시 양극화 추세에 맞춰 3만원 미만 과일세트 물량은 지난해보다 25% 확대한 반면에 3만~5만원대 물량은 40% 줄였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격차(코로나 디바이드)가 소비 양극화 현상을 불러온 만큼 명절 선물세트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우 세트에는 고급 식자재인 송로버섯 소금을 추가하고, 제수용 과일에 샤인머스캣 등 이색 과일을 혼합하는 등 극명히 나뉜 소비 패턴을 공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절약한 귀성 여비를 명절 선물에 추가 투자해 평소보다 비싼 가격대를 찾는 고객과 불황으로 저렴한 실속 선물을 찾는 고객으로 소비층이 뚜렷하게 나뉘었다”면서 “명품 호황으로 나타난 양극화 소비 현상이 명절 선물세트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