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주에 이어 부산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지만 지역 경제는 암울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제 대응하기 위해 부산시와 하나금융이 손잡았다. 단순 물리적 거점을 활용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철저히 데이터 기반 분석 모델을 만들고 민관 합동으로 보유한 강점을 녹여 결제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만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중장기로 부산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 조성, 위쳇페이 한국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방안도 수립했다. 부산이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금융 허브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데이터 DNA로 포스트 코로나 준비 돌입
부산시와 하나카드가 추진하려는 디지털금융 허브 조성사업 핵심은 데이터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다양한 킬러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장기로는 영역 없는 종합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중간에는 중국 텐센트 위챗페이가 있다.
하나카드는 위챗페이의 매입사 파트너다. 한·중간 데이터 지원 연계 사업이 첫 선을 보이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진 모르지만 관광과 지역 경제가 암울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요즘, 지자체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
2019년 기준 부산 방문 중국 관광객수는 전년 대비 15.6% 증가한 36만4000명을 기록했다. 반면에 카드 지출액은 무려 20.1% 감소한 942억원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소비가 가장 많았던 진구 서면(롯데백화점, 면세점 위치), 강서구 대저 2동(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위치), 해운대구 우3동(호텔, 마린시티 카페거리 위치)은 외국 관광객 지출이 2018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는 2019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마이너스 성장이 점쳐진다.
협업사업 제안은 하나금융이 먼저 했다.
하나카드 강점인 인·아웃바운드 결제 프로세싱, 사업 경험을 적극 활용해 결제 데이터를 부산시와 공유,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제안이다. 부산시 소재 핀테크 육성 사업에 하나카드가 직접 참여해 협력진영도 구축한다.
협력사업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핀테크 챌린지 프로젝트를 10월부터 시작한다.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 플랫폼 '익스플로러 부산'을 론칭한다. 여기에 통합형 핀테크 앱을 연동해 해외 송금은 물론 외국인이 부산에서 자국 앱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플랫폼 개발에는 부산 현지 스타트업도 참여한다. 약 4000만원 상금을 내건 챌린지 공모전을 주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익스플로어 부산은 데이터 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담을 예정이다. △관광지 지도나 교통, 긴급 재난정보 등 공공정보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 기반 인기 가맹점 오퍼 제공 기능 △가맹점 홍보채널을 집적한다.
“최근 3개월간 중국 관광객 500명이 방문한 마린시티 xx레스토랑, 평균 결제금액 8000원, 바로 다음 방문지는 해운대 xx카페→지금 방문하면 맥주 한잔 공짜”이런 형태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빅데이터 기반이다.
부산시는 공공정보 제공과 유관기관을 통한 가입 홍보를 담당하고 하나카드는 가맹점 유치와 외국인 데이터 지원, 핀테크 기업은 플랫폼 개발 역할을 하게 된다.
'글로벌 핀테크 앱'도 민관 합동으로 만든다. 일종의 모바일 월렛 서비스로 중기부가 만든 제로페이와 성격이 유사하다.
해외 여행을 하거나 현지 환전이 필요할 때 쉽고 빠르게 모바일로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내·외국인 대상 해외 소액 송금 서비스도 필수로 탑재한다. 해외 현지 간편결제는 물론 카드결제 연계 지급 결제와 해외 온라인 쇼핑 결제 중계 사업에도 뛰어들 전망이다. 국가간 경계가 없는 크로스보더 서비스다. 지자체 주도로 지불결제 앱이 또하나 탄생하게 된다.
◇외국인 빅데이터 지원, 지자체발 마이데이터 사업 시작
부산시와 하나카드는 외국인 결제 데이터 지원 관련 협업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하나카드가 보유한 연간 외국인 거래 데이터 취급건수는 3500만건에 달한다. 가맹점수도 55만개다. 올해 부산시에 이를 무상제공하고, 내년부터 유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부산은 유망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핀테크 허브센터 'U-Space BIFC'를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입주한 스타트업에도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 시너지 촉발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인재양성과 빅데이터 실증 랩,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부산 지역 핀테크 기업은 하나카드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가져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대상 앱 개발이나 통계 사업, 각종 결제 서비스 등을 보다 고도화할 수 있다.
◇기대효과
이번 사업은 부산을 외국인 체류형 관광지로 고도화해 소비 등을 적극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 매개가 1~2차 인프라가 아닌 ICT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한국에 왔을 때 현지에서처럼 편리하게 스스로 여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사이트한 그 무엇을 줘야한다. 바로 빅데이터다. 외국인 전용 플랫폼과 앱을 통해 결제 방식을 다변화해 소비를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게 하자는 지극히 명료한 목표다.
더 많은 관광객이 유치되면 가맹점 소비는 늘어나고 지역 경제는 활성화된다.
다양한 현지 스타트업 등 전후방 사업 콜라보도 기대된다. 핀테크 부문을 위시로 블록체인, AI 등을 집적할 수 있는 일종의 허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핀테크 기업은 이제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의 협력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판로확대가 가능해진다.
관광산업 발전은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산업, 다양한 미래 전·후방사업간 연결고리가 생기는 셈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