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산업을 이끈 롯데그룹이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낸다. 포화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성장세가 가파른 동남아시아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현지에 없는 빠른 배송 서비스와 차별화 상품을 앞세워 유통 한류를 선도한다.
롯데는 1979년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를 시작으로 한국 유통업 현대화에 토대를 닦았다. 해외 영토 확장도 빨랐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업계 최초로 해외 매장을 열었다. 이듬해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 기업 중 처음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는 해외사업 중심을 북방에서 남방으로 옮겼다. 러시아와 중국 사업은 빠르게 정리하고 신남방정책에 집중한다. 특히 경제 성장률이 높고 인구가 밀집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거점 삼아 재도약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베트남·인니·중국 등 해외 4개점에서 매출 29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연 롯데쇼핑 에비뉴점은 백화점과 면세점·식음 매장이 입점한 복합몰 형태로 롯데의 유통 노하우가 집약됐다. 롯데는 현지화에 주력하되 한국 백화점 장점을 접목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우선 유사 상품군 브랜드가 다른 층에 위치해 불편을 겪었던 기존 인도네시아 쇼핑몰의 매장구성 방식을 개선했다. 옛골토성, 불고기브라더스 등 국내 외식 브랜드를 먹자골목 형태로 조성했으며 문화홀과 문화센터를 인도네시아 쇼핑몰 중 최초로 마련했다.
베트남 하노이점은 현지 젊은 고객층 공략을 위해 컨템포러리, 진캐주얼 상품군과 편집매장을 강화했다. 또 북카페 등 F&B 시설 및 휴게 공간도 강화해 집객 및 체류시간을 증대했다. 헤어·미용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주노헤어 뷰티샵'을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마트 해외 사업도 승승장구다. 올 상반기 롯데마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7370억원 매출을 거뒀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0%에 달한다. 앞으로는 기존 진출 점포 내실화와 신규 출점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의 경우 1호점인 남사이공점을 밀솔루션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현지에서 접하기 힘든 회·초밥·김밥 등을 확대 구성했다. 롯데는 현재 14개인 베트남 매장을 2023년까지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연계를 통해 배송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근거리 배송 '스피드엘'을 전 매장으로 확대한다. 스피드엘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쇼핑앱으로 15㎞내 주문 상품을 3시간 내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올해부터는 현지 차량 공유업체 '그랩'과 손잡고 배송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한다. 빠른 배송시간을 통해 위생이 보장된다면 신선식품 배송이 어려운 열대 지방에서 차별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피드 엘 매출은 지난해 202.6%, 올해 74.8%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현재 2%대인 베트남 신선식품 모바일 매출 구성비를 2022년에는 9%까지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도매점'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는 1만700개 이상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시장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인도네시아는 대도시 도매점에서 물건을 떼 섬이나 마을로 가져가 다시 판매하는 소매 형식의 유통구조가 보편화됐다.
이에 롯데마트는 현지 50개 점포 중 35개 점포를 도매 형태로 운영한다. 전국 10대 도시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지역 거점 도시를 연결해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에 점포를 현재 2배 규모인 10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학재 롯데마트 해외사업부문장은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배송을 확대하기 위해 점 후방의 전용 패킹공간을 확대, 2022년까지 주문 처리 능력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롯데마트가 베트남 시장에서 혁신 유통업체로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