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언택트 소비 선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e커머스 업체들은 빠른 배송을 경쟁수단으로 삼았다. 상품 수나 가격경쟁으로는 더이상 특화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빠른 배송을 위해 각광 받는 서비스가 풀필먼트다. 풀필먼트(4PL)는 물류일괄대행 서비스로 물류 전문 업체에 재고 관리, 입출고, 배송 등 물류 업무를 장기 위탁하는 서비스다. B2B를 주로 담당하던 3자물류(3PL)에서 보다 진화해 B2C까지 아우르는 형태다. 여기에 물류 업무뿐만 아니라 공급망관리(SCM)를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런 풀필먼트 덕분에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이 가능해졌다.
◇오픈마켓형 풀필먼트 '스마일배송'
스마일배송은 이베이코리아가 2014년 선보인 오픈마켓형 풀필먼트 서비스다. 각기 다른 판매고객 상품을 한꺼번에 취급해 '합배송'한다. 입고, 보관, 출고,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판매고객은 물류창고나 배송서비스를 따로 구할 필요가 없다.
특히 중소 판매자의 자금 회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판매 대금 정산이 주문 다음날 이뤄진다.
이베이코리아는 올초 동탄물류센터를 전면 가동했다. 고객이 서로 다른 판매자의 다른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빠르게 한 박스에 담는 '합배송'이 가능하다. 최적 동선을 짜는 알고리즘으로 피킹, 라벨링, 테이핑까지 가능하게 했다.
스마일배송은 현재 G마켓·옥션에서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받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빠른 배송과 각각 지불해야 하는 택배비를 줄일 수 있다.
◇쿠팡, 600만종 제품군 내일 배송 대기
쿠팡 주문은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하루 주문의 3분의 1정도가 몰린다. 600만개가 넘는 로켓배송 상품을 밤 늦은 시간에 주문해도 다음날 배송이 완료된다.
쿠팡은 축구장 14개에 달하는 냉동, 냉장 전용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해 기준 로켓배송센터는 전국 168개에 달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재고와 주문 처리를 담당한다. 주객 주문 패턴을 분석한 입고와 빠른 출고가 가능하다. 쿠팡은 상품 매입부터 재고 관리, 출고, 배송을 모두 관리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배송 시간을 최소화 했다.
쿠팡은 '랜덤스토우'라는 물류 방식을 이용한다. 상품별로 정해진 공간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입출고 시점을 예측한 데이터와 크기, 피킹하는 인력 동선을 고려해 상품 배치공간을 지정한다. 차량에 배치하는 방법도 AI가 하차되는 시점을 계산해 위치를 분류한다. 배송하는 상품 전체 주소지를 바탕으로 어느 지역을 먼저 가야 하는지도 AI가 지정해 준다.
◇CJ대한통운 “e커머스 풀필먼트 내게 맡겨라”
지난 4월 CJ대한통운은 'CJ대한통운 e-풀필먼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e커머스 업체 자체 서비스가 아닌 온라인쇼핑 전체가 대상이다. LG생활건강과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 상품을 24시간 내에 고객에게 배송해준다. 현재 애경산업, 라이온코리아, 생활공작소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는 곤지암 메가허브가 담당한다. 연면적 11만5500㎡ 규모로 축구장 16개와 맞먹는다. 상품을 미리 센터에 입고시키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을 보내 전국으로 발송한다. 판매사에서 물건을 수령하는 과정이 생략돼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소형 택배상품 분류를 전담하는 '멀티포인트(MP)'를 운영한다. 소형 상품은 CJ대한통운 전체 택배 물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상품 크기에 따라 중대형과 소형상품을 자동으로 구분해 최종 배송지역 단위까지 분류한다. 여기에 상품 송장 바코드를 인식해 배송지역별로 나눠주는 '휠소터'와 함께 완전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분류 정확도와 속도를 극대화했다.
◇코리아센터 “국내는 좁다...해외직구도 풀필먼트로”
코리아센터는 '몰테일'에서 해외직구 사업을 담당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중국, 독일, 영국, 일본 등 6개국 9개 물류센터에서 직구와 풀필먼트 사업을 해왔다.
센터에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미리 구비해 놓는다. 몰테일뿐만 아니라 코리아센터 e커머스 솔루션인 '메이크샵' 판매고객도 이용한다. 제품 구입부터 검수, 패키징, 배송까지 담당한다. 특히, 가장 까다로웠던 반품까지 담당해 고객 편의를 높였다.
미국 뉴저지 물류센터는 1만1200㎡ 규모로 하루 3만건 물류처리가 가능하다. 중국 물류 선제 대응을 위해 코리아센터는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웨이하이로 물류센터를 확장·이전했다. 2만4864㎡ 규모로 기존 센터의 18배 크기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직구 수요가 늘어났다. 몰테일 2분기 해외직구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54.8%가 늘어난 58만9600여건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빅세일 등 미국을 중심으로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할인행사가 예정돼 있어 온라인쇼핑을 통한 직구 수요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