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방역처럼 K-금융(Korea Finance) 탄생도 머지 않았습니다. 세계 금융산업 표준을 만들어낼 만큼 한국 금융은 성장했습니다. 곧 금융 분야 BTS도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은 한국만의 차별화 경쟁력을 지니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금융서비스를 'K-금융(KF)'이라고 명명했다. 금융산업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혁신기술로 인해 변곡점을 맞았다.
정 센터장은 “혁신기술로 인해 금융의 본질은 무형에서 유형으로 바뀌었다”면서 “금융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면서 플랫폼이 생겼고 이제 손 안에서 금융서비스를 만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서 없이 몇초 만에 간편송금하는 플랫폼이 생겼고, 인슈어테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유차량 보험도 들 수 있는 시대다.
“기존 글로벌 금융기관이 리테일(소매) 영업을 고수해 왔지만 앞으로 리테일은 다 사라질 것”이라며 “이제는 디지털 금융으로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 자본금이 5억원에 불과한 금융 플랫폼이 수출돼 글로벌 금융서비스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금융서비스는 생산, 판매, 소비 주기가 짧다. AI 알고리즘이 맞춤화 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제조업은 만들고 판매하고 유통하는 데까지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금융서비스는 이러한 주기가 없다”며 “혁신 금융서비스는 순식간에 매출이 폭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K-금융이 탄생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그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발효로 열린 마이데이터 산업이 기회라고 봤다. 정 센터장은 “마이데이터가 가장 한국적인 금융 표준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한 금융사 상품만 볼 수 있었다면 이제 전체 금융사 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본인신용정보 통합조회를 통해 고객의 동의 아래 각종 금융기관의 고객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것이다. 수집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이나 금융상품 자문 등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기존 금융사들은 물론 테크핀 기업들과도 디지털 무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또 정부의 핀테크 혁신 정책이 한국 금융시장을 한단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금융위원회는 과거 규제하는 역할에만 머물렀지만 혁신을 함께 가져가면서 K-금융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민관이 잘 협력해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성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규제를 완화해 최장 4년간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시범운영하도록 한 제도다. 현재까지 110건 혁신서비스가 지정됐다.
정 센터장은 “한국적이면서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금융서비스 기업이 최근 몇 년간 많이 생겨났다”며 “이종산업과 융합, 현지 정서에 맞게 제작하는 글로컬라이제션이 같이 이뤄진다면 K-금융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