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도 K-가전 경쟁력은 부각됐다. 위생과 환경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가전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 등 위생 가전에 대한 주목도는 어느 때보다 폭발적이었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와 프로젝터와 같은 영상, 디스플레이 시장도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소비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한국 프리미엄 TV와 가전은 세계 최상위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불황 모르는 삼성·LG TV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TV 전략에 집중해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 점유율 31.3%로 1위를, LG전자는 17%로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침체되고 올림픽과 같은 대형 TV 이벤트가 최소되면서 전체 TV 시장은 작년보다 소폭 줄었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줄어들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1, 2위 자리를 굳게 지켰고 프리미엄 TV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국가별 매출 점유율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은 48.3%를 차지했다. 중국은 23.5%로 뒤를 이었다.
불경기에도 한국 업체들이 선전한 건 프리미엄 TV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QLED TV와 마이크로 LED 투트랙으로 프리미엄 TV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 QLED TV는 매해 눈에 띄는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기준 삼성 QLED TV는 올해 1분기 154만대, 2분기는 전년 대비 28% 늘어난 140만대가 판매됐다.
8K TV 성장세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현존 초고화질 TV인 8K TV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8K TV 시장 규모는 5만2600대로 당초 전망치인 4만2900대를 크게 웃돌았다. 분기별 8K TV 출하량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올레드TV와 나노셀TV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매출 기준 글로벌 TV 시장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온라인 판매 전략 등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TV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한국 TV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출하량 경쟁을 멈췄고 프리미엄 TV 위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TV전략으로 수익성과 프리미엄 이미지 등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의 교과서' K-가전…코로나19에도 '승승장구'
코로나19 상황에서도 K-가전은 승승장구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춘 제품을 선보이면서도 프리미엄 기능과 제품력으로 차별화한 덕분이다.
LG전자는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앤어플라이언스(H&A)사업부는 2분기 매출 5조1551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준 월풀은 전년 동기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
LG전자가 세계 1위 가전사로 발돋움한 비결은 신가전 덕분이다. LG전자는 빨래 건조기, 의류 관리기인 스타일러 등 기존에 없던 신가전을 조기에 발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가전의 성능을 크게 개선해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려 수요를 자극하는 전략도 통했다.
대표적 K-신가전으로는 의류관리기,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전기식 건조기 등 4가지가 꼽힌다. 이들 제품의 판매 성장이 K-가전의 성장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도 신가전 발굴에 적극이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크게 일구어 가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차별화한 가전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랙나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20.5%를 차지했다. 4년 연속 1위 쾌거다. 건조기뿐만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등 주력 제품 모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
K-가전 경쟁력은 가전에 필수적인 모터와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경쟁력이 뒷받침됐다. 중국 등 후발업체들이 K-가전을 추격하지만 쉽게 격차를 좁힐 수 없는건 이같은 핵심 부품 품질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한국 업체를 따라 신가전 제품을 일제히 따라 만들고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세계인의 인식 속에 K-가전은 프리미엄 1등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혀 있다”면서 “유럽 빌트인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삼성과 LG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 K-가전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