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은 일상생활에 없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즐거움 추구보다 '안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포스트 코로나 여행은 먹고 마시고 놀기 보다는 자연에서 휴식을 즐기고, 식사에서도 '언택트'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줄을 서는 맛집을 찾기 보다는 타인과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공간에서의 식사'가 여행 식도락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 여행의 주목적은 자연풍경 감상(21.5%), 휴식(20.5%), 식도락(19.2%)이 20%내외로 톱3를 차지했다. 1월 이후 자연감상과 휴식은 꾸준히 상승해 7월에는 둘을 합해 52.2%(각각 23.4%, 28.8%)까지 확대됐다. 반면, 식도락은 5%포인트(P) 감소해 친지·지인 만남(13.4%)과 비슷한 수준(14.2%)으로 밀려났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자세히 보면 휴식과 자연풍경 감상은 서로 엇갈리며 동반 상승해 왔다. 기후 등 환경에 따라 선택하는 대체재의 의미가 있으나, 6월 이후 휴식이 큰 차이로 앞서 나가며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자리매김 했다. 휴식이 주목적인 여행은 편안함과 안전이 보장돼야 하며, 언택트는 안전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명 맛집을 찾아가 줄을 서고 북적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안전과는 큰 거리가 있다. 먹는 즐거움보다는 안전과 편안함을 선택하는 '언택트·힐링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식음료비는 전체 여행경비의 31.7%를 차지하는 제1지출 항목이다. 식도락 감소는 여행산업 전체 위축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여행 요식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여행 중 어떻게 식사를 할 것인지를 물어, 여행 요식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전망했다. 음식점, 배달·포장 음식 등 8개의 취식방법을 제시하고 각각의 이용이 앞으로 더 늘 것인지 줄 것인지를 묻고, 지난 5주간(7월 4주~8월 4주)의 결과로 최근 코로나 재확산 전후 취식방법 선호도 변화를 확인했다.
8월 4주차(8월 24~30일)를 기준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방법은 '배달·포장 음식'(+23.6%P)이 차지했다. 그 다음은 즉석밥이나 라면 등 '즉석조리 식품'(+20.1%P), '가정에서 만든 음식'(+11.6%p) 순이었다. 반면 '음식점'(-24.5%P)과 '길거리 음식'(-36.3%P)은 부정적 반응이 두드러졌다. 선호도는 음식 자체나 조리방법보다는 '취식 장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사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장소였다.
지난 5주간 식사 방법별 선호도 변화를 보면 전체 순위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코로나 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변화가 컸다. 코로나가 진정세를 보였던 7월 4주~8월 1주는 식사 방법별 선호도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8월 2주차 이후 재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되면서 선호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음식점이 이런 사회적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았다. 8월 2주차에는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수준(-1.9%P)까지 상승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된 8월 3주차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비자 불안감으로 인해 요식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요식업계가 언제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