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렌털 산업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국내 업체 진출이 활발한 말레이시아, 미국 외에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K-렌털'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관리사를 파견해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한국형 서비스가 현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할랄인증, 독특한 렌털료 계산 체계 등 현지화 전략도 큰 힘을 발휘했다. 국내 렌털 산업과 함께 성장한 부품 업체도 K-렌털 붐을 타고 해외진출 채비를 마쳤다.
◇세계로 뻗어가는 'K-렌털'
1000만 계정을 훌쩍 넘기며 올해 시장규모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렌털 산업은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며 'K-렌털'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해외진출은 주변 동남아 국가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07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코웨이는 50개국 이상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수출하고 있다. 2007년 말레이시아 렌털 시장을 도전한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 152만 계정을 달성하며 현지 정수기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공기청정기와 비데, 매트리스까지 렌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락다운 영향이 우려됐으나 5월 이후 락다운이 해제되면서 빠르게 실적을 회복했다. 락다운 기간에도 온라인 영업 등을 활용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으로 렌털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꾸준히 계정을 늘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보다 인구가 10배나 많아 성장성이 큰 시장이다.
16개국에 진출한 쿠쿠홈시스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렌털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5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불과 3년 만인 2018년 60만 계정을 달성했다. 2016년에는 싱가포르와 브루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말레이시아와 유사한 전략으로 렌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 법인을 설립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으로도 렌털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2월말 현재 쿠쿠홈시스 해외 렌털 계정은 94만개에 달한다.
2009년 렌털 사업을 시작한 SK매직은 2018년 말레이시아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렌털 영업 및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현재 쿠알라룸푸르 등 주요도시에 판매거점을 마련하며 5개 현지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렌털 이미지가 좋은 만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청호나이스는 2017년 베트남, 2018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베트남에는 제조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렌털 중심, 베트남에서는 렌털과 일시불 판매를 혼합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렌털, 왜 인기인가
'한류' 영향과 한국 가전에 대한 좋은 인식 외에 K-렌털이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형 서비스 제공'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한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면서 한국형 코디서비스를 그대로 들고 갔다. 경쟁사와 달리 코웨이는 4000여명 현지인 관리사(코디)를 운영하며 '전문가가 관리해준다'는 개념을 말레이시아 고객들에게 각인시켰다. 한국에서 통한 성공방정식이 말레이시아에서도 그대로 통한 것이다. 여성 사회진출 공헌을 인정받아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쿠쿠홈시스도 정수기 판매인력과 설치 및 사후관리 인력을 분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역시 성공 비결이다. 코웨이는 2010년 정수기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에서 '할랄(HALAL)인증'을 획득하며 무슬림 고객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쿠쿠홈시스는 말레이시아 최초로 '고객 선택형 렌털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간별 렌털료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쿠쿠플러스 앱을 통해 서비스를 쉽게 예약하도록 한 것도 호응을 얻었다.
◇부품사도 뛴다
렌털 산업 성장은 관련 부품 산업 동반성장을 가져왔다. 렌털 산업이 정수기를 중심으로 성장함에 따라 강력한 필터 기술을 가진 기업도 등장했다. 국내 최고 정수기 필터 기술을 보유한 '한독크린텍'이 대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483억원을 기록한 한독크린텍은 코웨이, SK매직, LG전자, 쿠쿠홈시스, 웰스 등 국내 대표 렌털 업체에 정수기 필터를 공급하는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압축 카본블록 필터'는 대부분의 정수기 업체가 사용하는 핵심 소모품이다. 한독크린텍은 1989년 국내 최초로 '카본블록 필터 압축기술'을 도입해 30년 넘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최근에는 정수기 필터 기술을 이용해 공기청정기 시장까지 진출했다.
한독크린텍은 2019년 말 월 240만개 필터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소모품인 정수기 필터는 주기적 교체에 따라 대규모 생산능력이 필수다. 생산능력을 월 340만개로 확대하기 위해 자동화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독크린텍이 월 800만~900만개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국내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수출 물량도 늘고 있다. 국내 렌털 업체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매출 15%가량이 이 물량에서 나오고 있으며, 현지 업체 직접 수출도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