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 "폐 속 나노플라스틱, 호흡기 치명적 영향 미칠 수 있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신형식)은 광주센터 소속 이성수 박사팀과 김응삼 전남대(총장 정병석) 생물학과 김응삼 교수팀이 흡입된 나노플라스틱이 표면 전기적 특성에 따라 폐 세포를 파괴(세포사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플라스틱은 물리적·화학적 요인으로 직경 5마이크로미터(㎛)이하 마이크로플라스틱이나, 직경 100나노미터(㎚) 이하 나노플라스틱으로 소형화된다. 나노플라스틱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 공기 중에 비산하며, 호흡을 통해 폐의 상피세포에 흡수·축적된다.

이런 나노플라스틱은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으로 관찰한 폐포 상피세포 변화.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으로 관찰한 폐포 상피세포 변화.

공동연구팀은 폐 모사 조건에서 나노플라스틱에 따른 폐포 상피세포의 형태변화와 세포파괴과정을 실시간 분석했다.

나노플라스틱 전기적 성질에 따라 폐포 상피세포 변화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음전하를 띠는 경우에는 폐포 상피세포 내 한 방향의 규칙적인 섬유 구조를 자라게 해 세포를 신장시키지만, 세포자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었다. 반면에 양전하를 띠는 나노플라스틱은 불규칙적인 섬유구조를 자라나게 하고,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을 유도한다. 결국 세포를 사멸시켰다.

단일 세포 수준 미세영역의 물리·화학적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KBSI 광주센터의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과 레이저 공초점 현미경 등 분석장비가 쓰였다.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은 빛 굴절률을 이용해 세포 구조를 정량·정성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살아있는 상태의 세포를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도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하다.

이성수 박사는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면, 살아있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 과정을 별도의 전처리 과정없이 있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며 “나노플라스틱에 의한 폐 상피세포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병기작 이해와 치료방법 개발에도 널리 응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발광·형광 전임상 분자영상시스템, 마이크로·나노 CT, 비선형다중여기시스템 등 첨단 실시간 세포생체분석장비와 퇴행성 뇌질환 모델 동물을 활용해 신규 발병 억제 기작을 규명하거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신형식 원장은 “국가적·사회적으로 주요한 이슈인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로, 분석과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생활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이 밖에도 미세먼지 분석이나 화석연료의 연소물 분석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여러 이슈와 난제에 분석과학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