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거의 모든 산업이 힘겨워 하고 있지만, 유독 특수를 맞은 산업이 있다. 바로 전자상거래다. 비대면(언택트)이 일상화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구매활동을 온라인에서 한다. 카페24는 전자상거래 솔루션 기업으로 이러한 온라인쇼핑몰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쇼핑몰과 해외 쇼핑몰을 연계하는 기업이다. 2018년 2월 테슬라(성장성 평가 특례 제도) 요건으로 상장한 1호 기업이다. 최근 들어 주식이 상승하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0%까지 높아졌다. 이재석 카페24 대표에게 코로나 시대에 e커머스 시장 변화와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몰의 역할과 입지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언택트가 일상생활 속으로 다가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사람들이 온라인을 이용해보니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서울 명동이다. 전문화 되고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은 제한이 없는 무한대다. 얼마든지 전문성을 추구할 수 있다. 유튜브도 콘텐츠가 상당히 전문화 됐다. 오프라인 명동을 넘어서는 것이 온라인에서 나올 수 있다. 미국은 이미 기업가치 1조달러가 넘는 기업이 나온다.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열렸다. 사람들과 직접적인 만남만이 소통이 아니다. 비대면이지만 온라인으로 관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 업무추진도 그럭저럭 잘되고 고객 관계도 좋아졌다. 대면 미팅을 할 수는 없지만 전화, 메신저, 화상회의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예전에는 비행기 타고 가서 직접 바이어를 만나야만 했다. 지금은 그럴 수 없는데, 소통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 온라인몰 연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향후 '카페24 마켓통합관리' 운영 방안은.
▲마켓통합관리는 자사몰과 국내외 오픈마켓을 연동해 판매경로·채널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의 품목 카테고리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패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금은 가구, 식품, 네일아트 등으로 고속 성장하는 판매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품목 확장에 맞춰 판매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카페24는 카테고리 영역을 넘어 누구나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도 손쉽게 판매 채널을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하는 운영자를 위해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카페24를 통해 아마존, 라쿠텐, 알리바바, 티몰 등 글로벌 마켓에 입점해 성공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세계 모든 마켓플레이스를 연결해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대형 유통기업과 연동은 이러한 방향의 일환이다.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강자가 온라인으로 넘어오고 있다.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대기업의 온라인 시장 진출은 e커머스 업계에 경쟁자도, 조력자도 될 수 있다. 대기업은 엄청난 자본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 들어오면서 자본과 인재도 함께 유입된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해 성공한 기업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직된 대기업 구조로는 유연한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기 쉽지 않다. 최근 월마트가 온라인으로 부활하고 있다. 그들도 특별한 전략보다는 인수합병(M&A)을 잘했기 때문이다. 우리 유통 대기업들이 월마트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최근 유튜브를 보다가 감동 받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 2017년 버전인데, 토키오 마이어라는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다가 옆에 있는 음악 편집기를 이용해 홀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듯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시스템의 힘이다. 시스템이 받쳐주면 '스타일난다'처럼 작은 업체도 큰일을 할 수 있다. 주요 업무 이외 업무는 인공지능(AI)으로 해야 한다. 시스템은 시나리오에 의해서 상황에 맞춰 진행된다. 하나의 연주자에 불과했지만 프로듀서로 바뀐 것이다. 단지 물건을 파는게 아니라 스타일을 팔고 영혼을 파는 것처럼 해야 한다. 직원도 스타일리스트가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다.
-온라인 쇼핑몰 성장세가 가파르다. 투자와 해외지사 확대 계획은.
▲전자상거래의 지향점은 원스톱으로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한류는 계속 우상향이다. 한국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패션, 콘텐츠 등 모든게 인기다. 카페24는 중소상인, 소상공인, 개인 등에 동반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한다.
투자는 해외지사 확충과 AI, 데이터, 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한다. 조금 과할 정도로 기본 설계보다 한 두 단계 높게 잡는다. 직원 1100명 가운데 3분의 1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요즘은 개발자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사이닝보너스가 당연시 되고 있다. 산업이 성장한다는 방증으로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수년간 글로벌 사업에 공들여왔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지사 추진은 좀 지연됐다. 올해 목표로 했던 인도는 내년에 진출 예정이다. 일본과 베트남은 지사를 운영 중이고 이달 말 필리핀에 진출한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되면 유럽, 미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커머스 시장 변화가 많다. 시장 전망은.
▲뻔한 이야기지만 성장은 가속화할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모든 e커머스 플레이어 지위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 커머스는 생산, 유통, 소비다. 과거에는 생산과 소비를 온라인으로 하는 방법을 몰랐다. 지금은 생산과 소비 모두 온라인에 익숙해져 있다. 물론 유통업계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e커머스 시장은 팽창기다.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e커머스 업체들은 벌어들인 것 이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시장 성장이 없는 레드오션에서 잠수한다면 확실한 적자지만 현재는 구조적인 면에서 적자라고 볼 수 없다. 향후 e커머스 시장 규모는 GDP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거의 모든 생활이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다.
-평소 독창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다. 여가와 취미는.
▲머리 속을 지우고 단순하게 한다. 일상생활을 바둑판처럼 패턴화된 삶을 만드려고 한다. 어떤 일이든 기초가 중요하다. 사측연산 이외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오래가면 헷갈린다. 확고한 지식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현상이 있으면 기초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연습을 한다. 어릴 때부터 신문에 특이한 기사가 나오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곤 했다. 지금은 분야가 확대됐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이슈를 해석하는게 즐거움이다.
-창업해서 성공한 CEO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은.
▲세상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일이 있지만 나는 세가지로 압축한다. 해야만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재미있게 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세상에서 먹힐까'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지금은 재미있게 하는 일, 즉 하고 싶은 일이다. 그렇게 일 하는 사람 안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나오고 가능성도 훨씬 높다.
예전 NBA 농구 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이 진정으로 하고 싶던 것은 야구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갔다면 야구를 했을 것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예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편함을 편하게 만드는게 벤처기업,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만드는게 스타트업이라고 본다. 스타트업이 좀 더 진일보한 단계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이재석 대표는 1968년 생으로 대구 경신고,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이 대표는 1999년 5월 카페24를 창업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전 세계 e커머스 시장에서 원스톱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인 한류 인기와 함께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 것을 확신한다. 국내 전문 쇼핑몰이 보유한 K-패션, K-뷰티 등 한류 상품이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 될 것이라는 확신 하에 전문 쇼핑몰의 수출 지원에 앞장서 왔다.
어린 시절부터 미래 예측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직관과 이론, 벤치마킹이라는 키워드를 선호한다.
그의 목표는 전 세계와 소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제3세계 근대화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다. 단순 원조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돕겠다는 의지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초심을 지키자'고 다짐한다. 초심을 지키기 위해 쉬운 분야를 찾고 그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결론이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종종 해석의 시간에 빠진다.
정리=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