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발전효율은 5% 높으면서도 소음은 거의 없습니다.”
서남해 한국해상풍력 단지가 눈 앞에 펼쳐진 순간, 궁금증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전북 고창 구시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볼 때 흐릿한 점처럼 보였던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는 흡사 바둑판에 새겨진 선처럼 오와 열을 갖춰 장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총 60㎿(3㎿×20호기) 규모 국내 최대 해상풍력단지다. 시간당 최대 전기 생산량은 60㎿에 달한다. 연간으로 보면 시간당 155GW를 발전한다. 지난 1월부터 상업 가동에 돌입해 생산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하고 있다.
배의 속도를 낮춰 실증단지 내 풍력발전기 1기에 가까이 다가서자 크기에 압도당했다. 풍력발전기가 육상풍력발전기보다 크게 느껴졌다.
장완석 한국해상풍력 발전운영팀 과장은 “해저면부터 풍력발전기 상단까지 높이는 약 100m”라면서 “블레이드 길이도 더 길고 무게가 더 나가는데 어떤 풍속과 풍향 등에도 일정 발전효율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20호기 가운데 19기는 자켓형이다. 해저면에 기초 구조물 4개를 박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식이다. 나머지 1기는 석션형이다. 압력차를 활용해 기초 구조물을 해저면에 고정하는 식이다. 지속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장 과장은 “자켓형 풍력발전기는 바지선이 기초 구조물을 일일이 날라 해저면에 박는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반면에 석션형은 자켓형에 비해 공사기간을 최대 4배 절감할 수 있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들은 약 500~600m에 달하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블레이드(날개)의 방향은 제각각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발전기들이 풍향에 따라 위치를 자동 이동하는 '피치 제어'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장 과장은 “가동 결과, 해상풍력이 육상풍력보다 5% 이상 발전 효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블레이드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음은 나지 않았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소음을 잡아주는 백색 소음 효과 때문이다. 오히려 배에서 나는 엔진 소리가 귀 아플 정도였다.
해수면에 드러난 풍력발전기 기초 구조물로 눈을 돌리니 각종 어패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장 과장은 “기초 구조물을 해저면에 박아야 하다 보니, 인근 어민들을 중심으로 해양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기초 구조물이 어초 역할을 해 어패류가 붙고, 어류 산란장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 외관을 살피는 사이 일반 선박 한 척이 서행하며 해상풍력단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즉각 경보음이 울리고 “이곳은 허가 없이 들어올 수 없으니 회항하라”는 경고성 안내가 울려퍼졌다. 한국해상풍력 직원들이 육지 상황실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대응했다. 풍력발전기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정 과장은 “어민들에 한해 필요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 조업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하지만 저 배는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고 안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증단지를 크게 돌아 선착장으로 돌아가려는 즈음, 풍력발전기들 사이 정 가운데에 거대한 정사각형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외형이 풍력발전기와 딴 판이었다. 해상변전소였다. 이 변전소는 풍력발전기 20호기에서 발생된 전기를 해저 케이블 3개로 송전받아 승압 과정을 거쳐 케이블 1개로 모으는 최신 설비다. 각각 풍력발전기로부터 송전받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기 손실을 최소화한다.
정 과장은 “이곳에 모인 전기는 서고창 변전소를 거쳐 각 가정으로 배전된다”면서 “최신 기술로 철저한 통제 아래 해상풍력 단지가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창(전북)=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