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8월 아우디, BMW,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3사는 노키아의 지도 서비스 '히어'를 28억유로(약 3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전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로도 히어에는 중국 텐센트, 미국 인텔 등이 잇달아 지분 참여를 했다.
히어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잇단 구애는 고정밀지도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단편 사례라 할 수 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올해 약 64억달러(약 7조5790억원)에서 연평균 41% 성장, 오는 2035년 1조1204억달러(1326조8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통 자동차 산업의 리더들은 물론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고정밀지도는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하는 전자지도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내비게이션 지도가 도로 단위 정보로 경로 탐색, 턴 안내 기능을 수행한다면 자율주행을 위한 고정밀지도는 차선 단위의 도로 표시, 노면 마크, 도로 주변 표지판, 신호등, 시설물 등 구체화한 위치와 형상을 포함한다. 자율주행차는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상 주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고정밀지도를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맵 센서'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센서 등을 통해 주변 환경 정보를 실시간 인식하며 주행한다. 그러나 센서류를 통해 수집한 정보만으로는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어렵다. 차량에 부착된 하드웨어(HW)를 통해 수집한 정보들은 기상 상태, 주변 장애물 등에 의해 제약이 발생하고 탐지할 수 있는 정보의 거리도 매우 제한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센서로서 자율주행용 맵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고정밀지도는 도로 면이나 도로 주변 시설물에 대한 정밀한 위치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거리에 따른 제약이나 사각지대도 없다. 센서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에 비해 실시간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미리 구축한 높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센서류 탐지 기능 저하를 보완하며 자율주행차 주행 제어와 측위를 가능하게 한다.
자율주행차는 결코 한 회사의 기술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각종 센서부터 부품, 통신, 지도, 소프트웨어(SW)까지 모든 분야 간 호환과 연동이 필수다. 이를 위해 산업계 전반의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 거대한 생태계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고정밀지도를 개발하는 맵퍼스가 기술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선제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기 좋고 화려해 보이는 고정밀지도 데이터도 이를 차량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맵퍼스는 데이터 구축에서부터 데이터 전송 시스템까지 NDS나 ADASIS와 같은 글로벌 협의체에서 정의한 업계 표준에 맞춰 개발해 왔다. 현재 완성차업계와 함께 주행 시스템이나 복합측위부품과 같은 차량 부품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로토콜 표준화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최근 각국에서는 업계 표준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파트너십 전략과 합병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약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제품 상용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5대 자동차 강국인 한국의 기술력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개발 협력도 더 활발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명준 맵퍼스 대표 mjkim@mapp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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