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을 내놨다. 평양공동선언을 전후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 남북 정상의 판문점 '깜짝 선언' '도보다리 대화' 등 숱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평양공동선언 후 2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남북 교류협력은 사실상 멈춰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발걸음이 주춤하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도 빛이 바래고 있다.
다행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북 교류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만큼은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작은 것에서부터라도 꾸준히 교류협력을 시도해 새로운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38주년을 맞아 동북아공동체ICT포럼과 '정보통신기술(ICT)로 남북 교류 새 장 열자'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남북 교류협력 중에서도 정치 쟁점이 적은 ICT, 과학기술 협력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의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리다. 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언택트) 기술을 활용한 남북 교류 방안도 함께 모색했다. 좌담회는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 전자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참석자(가나다순)]
△김광길 통일부 교류협력정책관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윤영찬 민주당 의원
△이상산 한동대 교수
△최성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연구소장
△사회: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부장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부장)=지난 19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평양선언 2주년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남북대화가 신속하고 파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당히 기대감이 높았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단절된 상태다. 기업이 느끼는 현 상황은 어떠한가.
◇유창근(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이후 교류가 없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관심을 갖고 기대했지만 지금 남북경제협력 관련 기업은 희망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간 남북관계에서 변수가 많아) 기업이 예측경영을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도 변수다. 코로나19 방역물품을 북한 내 우리 기업 근로자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북한에서 답이 없다. 남북협력사업 기업으로서 답답하다. 교류협력 물꼬를 터야 하는 데 고민이 크다. 오늘 같은 좌담회 등을 통해 계기를 만드는 등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개성공단 기업의 3분의 1은 조업을 중단했다. 3분의 1은 베트남 등에 대체 공장을 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폐업도 늘었다. 그럼에도 다들 개성공단 열리는 날까지 기다려보자고 한다. 베트남 등에 가보니 개성공단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회=남북관계는 예측이 어렵다. 정부도 답답함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김광길(통일부 교류협력정책관)=협회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2018년 이후 남북 간 교류협력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어렵다. 더군다나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남북 당국 간 공식 의사전달 통로도 막혔다.
7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후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북정책은 정세와 무관하게 일관성 있게 가야 한다. 이 장관은 취임 후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역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간교역 활성화다.
다만 교역이라는 것은 정부가 아닌 사업자 간 문제다. 거래조건을 합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인도적 교류도 쉽지는 않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방역을 위해 외부에서의 접근을 차단 중이다. 교류협력에 있어서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지체되고 있지만 정부는 민간 교류협력 사업을 뚜벅뚜벅 추진하고 장려할 것이다. 작은 접근부터 시작함으로써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철도 연결 등으로 이어갈 것이다. 작은 접근이 큰 접근으로 이어지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사회=윤영찬 의원은 현 정부의 남북대화와 협력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지근거리인 청와대에서 지켜봤다. 2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평가한다면.
◇윤영찬(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정부 초기에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봤고,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청와대에서 나왔다. 많은 진전과 합의가 있었음에도 북미관계가 진척되지 않고 남북 간에도 오해가 쌓이면서 지금의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과학기술 관점에서 북한은 수준이 높다. 2년 전 평양을 다녀오신 분들 말을 종합하면 북한의 ICT 투자 노력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이 북한에 대해 오해하는 게 기술 수준이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미 소프트웨어(SW) 분야를 중심으로 높은 역량을 보유했다. 이 분야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도 많이 알려져 있다.
남북 간 ICT, 과학기술 교류는 북미 핵 협상과 직접 연결돼 있다.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올 연말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가 남북 간에도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작은 단위부터 준비해야 한다. 첫 번째는 남북 간 과학기술, ICT 표준 문제다. 서로 인정하고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 학술 분야에선 남북 간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기술표준을 하나의 고리로 만들어 해외에서 남북 전문가가 자주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 협력도 의미가 있다. 모든 게 막힌 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관심을 많이 보이는 과학기술 분야가 남북관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 ICT 분야는 남북 젊은이들의 교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남북 청년층의 교류 장이 될 것이다.
남북 간 경제적 격차는 크다. 이를 해결할 단기적 극복 방안은 없다. 대신 미래산업 분야에서 남과 북이 같이 한발 나갈 수 있다면 경제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기적으로는 남북 정부 간 간 공식 대화의 길이 열리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북한도 그런 것 같다. 민간영역에의 교류협력이 중요하다. 민간에서 국제 학술연구, 기술표준화 회의 등을 통해 계속 만나고 다음 단계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사회=큰 교류협력이 당장 힘들다면 작은 교류협력부터 찾아야 한다는데 동감한다. 지난 20년간 다양하게 남북 교류협력을 시도한 동북아ICT포럼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석호익(동북아ICT포럼 회장)=포럼이 출범한 지 20년 됐다. 출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남북화해 분위기가 생길 때였다. ICT는 남북이 공통적으로 관심 가질만한 분야다. 북한도 우리와 ICT 교류협력을 원한다. 개성공단도 처음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ICT 기업을 유치하려 노력한 것으로 안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기술표준이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야 할 과제다. 2002년 ICT 관련 책 2만권을 통일부를 통해 김책공대, 평양과기대 등 북한에 보냈다. 굉장히 의미 있었던 일이다. 당시 북한과는 이질감이 많았다. 표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용어표준이다. 북한의 젊은이가 우리 ICT 책을 공부하면서 친근함을 갖게 하는 등 기여했다. 앞으로도 남북 간 ICT 협력에 기여하겠다. 정부와 국회, 업계에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사회=이상산 교수는 북한과 직접 ICT 교류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여러 성과도 많았는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상산(한동대 교수)=중국 단둥, 신의주 바로 건너편에서 북한 기술 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을 했다. 그때가 2001년이다. 북한 엔지니어 100명 정도 고용하면서 10년간 운영했다. 앞서 기술표준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일례로 남북은 키보드 자판 배열이 다르다. 당시 참여한 북한 엔지니어들은 자판 위에 스티커를 붙이고 일을 했다. 기술 표준화가 중요한 어젠다는 맞다. 하지만 그것이 남북 간 협력을 못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 시절 회사에서 임원 회의를 하면 북한 엔지니어 관리를 두고 항상 논쟁이 벌어졌다. 3년이 지나니 더는 같은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북한 엔지니어를 빠르게 데려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른 ICT 회사도 그랬다. 성과는 굉장히 좋았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엔지니어들과 최소 3년, 길게는 7~8년 함께 일했다.
평양과기대 등에는 외국 전문가가 들어가서 수업한다. 북한 학생의 기술 수준이 뛰어나다는 게 객관적 평가다. 영국 대학 석사과정을 1년에 마무리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기회가 돼 (평양에) 가봤는데 연구내용도 그렇고 영어로 교육을 받아서인지 외국인과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모습을 봤다. 뛰어난 인재가 있음에도 남과 북이 공동의 목표를 두고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민족적으로 큰 손실이다.
북한의 ICT 역량은 미사일 등 군사기술만 봐도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기술력을 산업과 연계하는 부분이 북한에는 없다. 기술을 산업화시키는 일은 우리가 잘한다. 우리가 가진 시장과 북한의 기술력을 조합하면 한민족의 역량이 배가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북한의 산업화를 도울 수 있는 기술지원도 대북제재에 포함돼 불가능한가.
◇김광길=살펴봐야 하지만 일부분에선 가능할 듯 싶다.
◇최성(동북아ICT포럼 연구소장)=최근 동북아ICT포럼이 연구하는 과제 가운데 북한의 ICT 기술과 산업기술 등을 분석하는 것이 있다. 북한의 영상기술, 인식기술, 수학적 알고리즘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은 중국에서 외주용역을 많이 받는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SW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다. 우리보다 2~3년 정도 뒤진 수준이다. ICT 분야에서도 2~3년, 4차 산업혁명 기술 핵심인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기술은 4~5년 차이다. 제조기술 격차는 보다 크다. 설비부족으로 우리보다 30~40년 뒤진다. 북한은 총체적 품질경영(TQM)을 2015년 시작했다.
◇사회=전반적인 남북교류 현 상황을 짚어봤다. ICT, 과학기술 분야는 정치 쟁점이 적은 분야다.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바란다.
◇유창근=개성공단은 봉제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때가 생각난다. 개성공단은 하루 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대북제재를 떠나 경제특별구역을 만들고 마스크 같은 방역물품을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부도 판단에 어려움이 있어 실현하지 못했다. 타이밍이 아쉬웠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24시간 이상 소요되는 것을 10분 만에 이뤄냈다. 디지털 기술이 강점이다. 개성공단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인프라가 있다. 첨단산업 메카로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K-방역이 국격을 높인 것처럼 남북 간 교류협력의 축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은 광케이블을 비롯한 ICT 인프라를 준비하는 상태다. 정치 쟁점이 걸림돌이지만 남북이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은 마련된 상태다.
여러 교류협력을 시작하기 위해 작은 물꼬를 틀 동기가 필요하다. 국제관계에서 이해관계 충돌 없는 동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것이 ICT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연구용역을 하면서 개성공단기업에 ICT 지원을 한 경험이 있다. 북한은 좋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다. 우리 성장동력에서도 무기다. 평화경제 이야기 많은데, 경험자로서 꼭 해야 한다고 본다.
◇최성=디지털혁명을 북한용어로 숫자혁명이라고 한다. 북한 지식인층에서도 정부에 건의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도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극복을 강조하고, 과학기술을 '기본 열쇠'라며 전략적 구호를 제시했다. 사회주의 헌법에도 경제발전 정의를 현대화·근대화·정보화로 명시했다.
그래서인지 북한 지식인층에서는 국제 표준에 관한 연구 의지가 강하다. 2018년에 북한 내각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9개 기관 대표와 국제학술대회를 했다. 3박 4일간 표준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이) 국제 표준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논문을 발표한 북측 교수들 말을 종합하면 국제 표준과 우리가 사용하는 사실 표준, 한글에 맞는 지원에 관한 관심이 높다.
북한의 SW 개발문서는 과거 일본식 표준이다. 1980년대 우리도 일본식 표준을 사용했다. 지금은 국제 ISO 표준을 하지만 북한은 과거 재일교포가 가르쳐준 방식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개발한 SW를 해외에서는 도입하지 않는다. 북한은 생산설비 투자 여력도 없고, 산업경제 발전에서도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북한은 자국과 한글에 맞는 산업기술교육, 표준학술회의 등으로 교류를 진행하길 원한다.
◇이상산=평양에 '장마당'이란 게 있다. 지금은 과거와는 수준이 달라졌다. 기업형으로 운영된다. 그 많은 물건이 어떻게 여기로 모일까 궁금했다. 품질도 높아졌다. 매개체는 휴대폰이다. 즉, ICT다. 이전에는 공급한 물품이 다 떨어지면 끝이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물건을 계속해서 들여올 수 있다. 택시도 휴대폰으로 연락해 요청한다.
북한은 전체적으로 변화 중이다. 돌이킬 수 없게 바뀌고 있다. 유통망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진다면 통일 후 경제 측면에서 우리에게 부담만 되진 않을 것이다. 10년간 북한 엔지니어와 일하면서 남북관계 경색 같은 정치적 이유로 태업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정치와 비즈니스가 분리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성공단은 정치 이슈로 타격받았다. 정치 문제로 인해 경제 분야에 충격이 전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선 안 된다. 체제가 안정된 우리 정부라도 예측 가능하면 좋겠다. ICT 분야에서 SW는 인프라 투자도 필요 없다. 남북이 SW 협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자 강점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SW 사업을 하면 손해 볼 수 있고, 우리 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공동 프로젝트 때 소스코드를 확인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이유만 찾지 말고 적극 협력한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SW 분야는 인프라에 미리 투자하는 게 없다. 정부가 장려했으면 한다. 비대면 사회다. 북한도 변화할 것이다. 기존 남과 북의 정보공유를 디지털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통일부가 심사해서 온라인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는 포털을 만드는 것이다. 열어놓으면 ICT 특성상 자유롭게 공유하고 교류협력 물꼬를 틀 수 있다. 북한은 최신 기술 정보를 얻기 어렵다. 북한을 소외시키기보단, 남북교류가 어렵다면 국제기구 등을 통해 펀딩하는 등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야 한다.
◇석호익=북한은 강점이 있다. 인적자원이 우수하다. 초대 동북아ICT포럼 회장이자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인 박찬모 총장에 따르면 북한 학생의 습득력과 이해도가 높다고 한다. 상용화 기술이 부족한 점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간접교류든 직접교류든 북한이 개방할 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북제재 종료 전에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포럼, 비대면 회의를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그럼 언제든 남북 교류협력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사회=앞으로 정부의 계획도 궁금하다.
◇김광길=2000년 이후 남북 간 교류경험이 상당 부분 축적됐다. 북한도 과학기술을 이용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ICT는 중요한 분야다. 북한의 ICT를 결합해 청년창업센터를 만들고, 농림 분야 협력도 기존 방식이 아닌 스마트팜과 스마트양계장을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다만 문제는 ICT, 과학기술 교류도 현실적으로 국제사회 대북제재 속에 있다는 점이다. 어느 수준까지인지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지만 기술협력 부분도 내용에 따라 대북제재를 적용받는다.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 지지와 협조가 없으면 원활하게 추진할 수 없다.
정부는 남북 공동연구나 인적 네트워크 구성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그런 것을 만들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낮은 단계부터 높은 단계 교류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에서 각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민간이 교류협력 방안을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정부는 필요한 지원과 남북교류협력법 집행에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규제를 완화해 지원하는 식이다. 앞서 개선방안으로 언급된 정보공유포털 등은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기술 측면에서 가능성은 고민해봐야 한다. 북한은 인터넷이 개방되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제안하면 정부가 필요한 지원방안을 고민해 바꿔나갈 수 있다. 우선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좀 더 큰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남북 교류협력 규정도 개정하는가.
◇김광길='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정부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국회에서도 의원발로 관련법 개정안이 많이 발의되고 있다. 남북 간 교류협력에 대한 법 집행을 기존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법안이 많다. 무엇보다 우리가 좀더 당당하고 일관성 있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도 필요하다.
◇윤영찬=민주당 디지털뉴딜위원회 간사 활동을 하면서 번번히 막히는 대목이 있다. 보통 AI, 데이터, 클라우드 등은 인재가 많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나 카카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관련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인력을 국내로 데려오기도 어렵다. 당장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하지만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보하지 못한다.
우리가 필요한 부분(인력)을 북한이 채워줄 수 있다. 북한은 AI 분야에서 바둑 프로그램인 '은별'이라는 SW가 이미 있다. 구글의 알파고 등장보다 빨랐다.
남북관계는 동등하게 봐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준다는 관점이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주고받는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 문제는 항상 미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남북연락사무소에 노트북 하나 반입하는데도 제제하고, 석유 한 통 가지고 가는 것도 제재하는 이런 방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통일부도 여러 제안을 많이 했다. ICT 교류협력은 북한도 매력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매달려서 만나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ICT 분야 협력은 북한 측에서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대북제재 중 인적교류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인적교류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어렵지만 제3국에서 학술포럼을 하고 총회를 하면서 일단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기술인력을 데려올 수 있게 해야 한다. 학생 간 교류가 이뤄지면 북한 학생은 우리나라에서 비즈니스를 배울 수 있고, 우리는 그 인력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런 그림을 그려 제안해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
◇석호익=ICT는 어느 곳에서도 빠질 수 없다. 정상회담 개최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조성, 철도 연결 등 모든 남북협력사업에서 필요한 것이 ICT다. 철도 연결이 하드웨어(철로)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도 지금은 ICT 요소가 더 많다. 여담으로 과거 서울 목동신도시 조성 때 건물을 지었는데 전화 연결이 안 됐다. 그때부터 모든 국가종합계획을 세울 때 ICT 부분을 담당하는 옛 체신부가 초기단계부터 참여하게 됐다. 남북 교류협력에서도 계획 수립부터 ICT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북한이 개방되면 어떻게 할지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도 실현은 나중에 하더라도 ICT를 포함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최성=북한이 최근 인터넷개방을 준비한다는 관측이 있다. 개방할 테니 산업기술, 영상, 원격교육 등에서 지원해 달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엘리트 중심에서 산업현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든 기업소 근로자가 원격교육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했다. 지식경제 강국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원격교육 콘텐츠와 기술로 북한의 생산성 교육·지도를 지원한다면 북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창근=과거 북한에서는 개성공단 관련해 저임금에 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제 생각을 바꿀 때다. 최근 리쇼어링(국내로 기업 복귀) 이야기가 많다. 남북 협력에서도 리쇼어링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한다.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ICT다. 개성공단에서 경험한 바로 남북 체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소통 수단은 바로 ICT다.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선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국제사회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상산=개성공단 같은 협력사업을 활용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제3국을 이용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론 얘기가 다르다. DMZ(비무장지대) 등 교류협력특별구역을 미리 검토하는 등 남북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남북 정부가 ICT나 대형 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주면 사업하는 입장에선 도움이 된다.
◇윤영찬=ICT를 포함해 과거 남북 교류협력에서 경험을 가진 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가진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 관계자가 “오랜만에 남북이 교류하다보니 경험 있는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하더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리=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