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 '흥행 참패'…6개 사업권 모두 유찰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이 흥행에 참패했다. 코로나19 회복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재무 상태마저 악화되며 6개 사업구역 전부 유찰됐다. 공항공사가 계약 조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면세점 모두 외형 확대보단 긴축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접수 마감한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대기업·중소기업 사업권 입찰이 유찰됐다. 롯데면세점이 2개 구역, 신세계면세점이 1개 구역에 대해 응찰했지만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입찰을 포기했다.

이번 입찰 대상 중 대기업 몫은 DF2(향수·화장품), DF3(주류·담배), DF4(주류·담배), DF6(패션·기타) 등 4곳이다. 그 중 핵심 사업권인 DF2 구역은 롯데와 신라의 경쟁이 예상됐지만, 신라가 응찰을 포기하면서 경쟁 조건 미달로 유찰됐다. DF6 구역도 신세계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중소기업 사업권은 그랜드면세점만 응찰했다.

공사 측이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해 계약조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사는 유찰을 우려해 최저수용가능금액을 1차 입찰 때보다 30% 낮추고, 여객 수요가 80%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매출 연동제도 실시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상반기 대규모 적자에 현금 유동성마저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업황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만 납부한다 해도 고정비 부담이 있기 때문에 여객 수요가 일정 수준까지 회복되기 전까지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모두 올 상반기 적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에만 7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적자가 964억원에 달한다.

면세 업황 회복도 기대보다 더디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관광 수요가 곧바로 회복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롯데면세점은 대만에 이어 태국·인도네시아 법인 등 해외사업을 잇달아 정리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재입찰에 전부 불참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어 심사숙고 끝에 이번 인천공항 1터미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면세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이번 입찰에서 빠졌다. 지난 입찰에서 DF7 사업권을 따내며 공항에 첫 발을 내딛은 만큼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판단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올해 시내 2호점인 동대문점을 오픈했고, 인천공항 면세점에도 진출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따라 당분간 신규 점포 안정화에 주력하고, 향후 예정된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점 입찰 등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경우 입찰에 실패하면 인천공항 T1에서 매장을 모두 철수해야 하는 만큼 계약 조건이 완화되면 재입찰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불참도 최저 임대료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상 밖 흥행 참패를 겪은 공항공사는 입찰 조건을 재검토해 이르면 오는 23일 재공고를 낼 예정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