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경영 분야 기술위원회(ISO/TC 304) 팬데믹 준비 및 대응 작업반(WG4)은 팬데믹 관련 검사, 동선 추적,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자가증상관리 등 시스템 차원에서 융합 대응체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표준화 작업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는 이달 초 ISO에 팬데믹 대응 국제표준화를 전담 추진하기 위한 작업반을 신설했다. 국제표준화는 여러 단계 투표를 거쳐 최종발간까지 통상 3~5년이 걸린다.
안선주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작업반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안 교수는 “작업반은 감염병 유행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활용 가능한 표준 대응 프로토콜을 만든다”면서 “작업반 설립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인류가 여러 팬데믹을 경험했지만 이번 위기상황 타개를 직접 겨냥한 국제표준화 작업반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의료정보, 진단기기, 개인보호장비 등 개별 기구로 흩어져 있던 것을 시스템 차원에서 융합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작업반 신설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가 지난 5월 12일에 국제회의에서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계획을 발표하고 난 직후입니다. 회원국들이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추진 내용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미국의 높은 관심과 지지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안 교수는 “해당 국제회의 의장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의를 거쳐 작업반 명칭과 범위를 정했고, 이러한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한 달간 회원국 투표를 통해 작업반 신설이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작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가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비약물학적 수단(사회적 거리두기,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운영)으로 감염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민간과 방역당국이 협력해 만든 각종 표준운영모델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창의적 접근방식을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방역모델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 각 나라의 질병관리청과 식약처의 프로토콜을 조사하고 비교 분석해야 한다”면서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국가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기준을 만들기 위한 절차”라고 했다.
안 교수는 “우리만 주장해선 국제표준이 될 수 없으니 여러 단계 투표를 거칠 때마다 회원국 코멘트를 적극 반영해 호환되는 기준과 규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과학적이고 범용적인 표준 개발과 공유는 세계가 팬데믹 대응에 대한 기준을 갖게 하는 것이며, 후손들도 이 표준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