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보다 얇은 에너지 저장장치…1000번 충전해도 성능 유지

이성원 DGIST 교수팀, '초박막 슈퍼커패시터' 개발
간단하고 값싼 스프레이 공정 활용…대량생산 가능
전자피부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개발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보다 얇은 초박막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했다. 우수한 기계적 안정성을 갖춰 전자피부와 같은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국양)은 이성원 교수 연구팀이 물리적인 힘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초박막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성원 DGIST 신물질과학전공 교수(왼쪽)와 난다나팔리 박사 후 연구원
이성원 DGIST 신물질과학전공 교수(왼쪽)와 난다나팔리 박사 후 연구원

연구팀은 기존 딱딱한 배터리 대신 슈퍼커패시터를 0.1밀리미터(㎜) 이하 초박막 형태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로, 종이처럼 접어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할 만큼의 기계적 유연성을 갖췄다.

연구팀이 완성한 슈퍼커패시터는 총 두께 23마이크로미터(㎛), 단위 면적당 저장용량 7.91밀리패럿(mF/㎠)이다. 이는 약 40㎛인 머리카락 절반에 해당하는 두께다. 1000번의 충전과 방전에도 처음과 거의 동일한 저장용량을 보였다. 기존 배터리보다 물리적으로 매우 유연하면서도 반복되는 충·방전에도 물성이 변하지 않는 장점을 지닌다.

이성원 DG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
이성원 DG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

또 스프레이 용액공정으로 그래핀 잉크를 도포해 활성 전극으로 활용하는 대량 생산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에 잉크를 수직으로 분사하던 스프레이 공정 대신 45도 각도로 분사하는 스프레이 공정을 채택해 기존 대비 단위 면적당 30% 이상 높은 에너지 저장 효율을 확보했다. 수직 분사 공정 중 중력에 의해 스프레이 입자가 눌려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윤영훈 DGIST 석사졸업생
윤영훈 DGIST 석사졸업생

이성원 교수는 “기존 배터리나 슈퍼커패시터에 비해 얇고, 피부처럼 굴곡진 표면에서도 강한 접착력과 내구성을 보장하는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면서 “아직 기존 배터리와 비교하면 총 에너지 저장용량이 다소 낮아 관련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 제작 방법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 제작 방법

윤영훈 DGIST 신물질과학전공 석사졸업생과 난다나팔리 박사 후 연구원 등이 참여해 이뤄낸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