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강정책 개정부터 쌓여왔던 불만이 계속되면서 당 쇄신 작업의 최종 단계인 당색과 로고 선정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국민의힘의 새로운 당색이 우여곡절 끝에 '빨강, 파랑, 하양' 3색으로 결정됐다.
국민의힘은 당초 지난주에 당색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삼색을 쓰는 새로운 방식에 반대의견이 많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권한이 있는 기구에서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이날 비대위 차원에서 최종 결정했다. 애초 밝혔던 '빨강, 파랑, 노랑' 초안 가운데 노란색이 빠지고 흰색이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당색 논란을 두고 내부 불만이 수면위로 표출되는 단계로 보고 있다. 넉 달 가까이 진행된 당 쇄신 과정에서 정강정책, 당명 변경을 거치며 쌓였던 불만이 당색 결정에서 표출됐다는 시각이다. 당색 변경과 관련해 중진의원은 물론 다수의 초선의원도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원색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지금 비대위 행보를 문제 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이 끝난 지 반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도 당을 대표하는 인물이 없다는 것에 대해 비대위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주자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는 물론 당장 당대표로 나설만한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것은 당의 명칭과 상징색이 아니라 인물인데 지금 비대위는 이 부분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념 탈피 등 지금 비대위가 추구하는 바도 정강정책 개정, 당명 교체보다는 이를 상징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 분위기상 당을 대표할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개별 의원이 활발한 대내외 활동으로 부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당 내부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점찍어 둔 인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선주자, 서울시 후보 관련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평가 잣대를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다.
현재 진행 중인 당무감사도 변수다. 일반적으로 총선 당해연도에는 당무감사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의원은 이번 당무감사를 김 위원장 반대세력의 구심점을 해체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당무감사를 기점으로 김 위원장과 반대파의 갈등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살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명까지 바꾸는 쇄신 작업에도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겉모습만 바꾸는 것으로 중도층 흡수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기존 보수층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