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분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주의 계승과 보존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들은 관련 규정에 부합하지 못해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하는 반면 전통주와 관련이 없는 주종임에도 불구하고 조건을 맞춰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 이후 관련 규정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주류업계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때 전통주 범주에 들지 않는 '진'과 '애플사이더' 등이 전통주로 등록 돼 포털사이트와 e커머스 등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부자진 △토끼소주 △서울의밤 △백제한산군주 △해방주 △영동와인 △애플사이더 요새로제 등 다수의 술이 판매되고 있다. 대용량 소주인 담금주도 판매되고 있다. 반대로 일반적으로 전통주로 떠올리기 쉬운 국순당의 '백세주', 배상면주가 '산사춘' 등은 물론 몇몇 제품을 제외한 막걸리도 대부분 판매되지 못한다.
'토끼소주'의 경우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제조해 직구 등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다 최근 온라인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부자진'의 경우 네델란드에서 국민주로 통용되는 술로 전통주와는 거리가 먼 주종이다. 제품 소개에는 영국에서 증류 기술을 배워 만든 '진'으로 홍보되고 있다. 제품명 역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든 진'이라는 의미를 담아 부자진으로 정했다. 사과를 발효해 만드는 애플사이더 역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주로 마시는 술이지만 다수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모호한 전통주에 대한 정의와 기준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주세법과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 따르면 전통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 중 한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관련 법은 전통주는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원리를 계승·발전시켜 진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한 술'로 정의하고 있지만 3번째 항목에 따라 영농법인 등을 설립해 제조 및 판매할 경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토끼소주의 경우 '농업회사법인 토끼소주', 부자진은 '부자진 농업회사법인' 등을 설립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주류업체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순당 등 국내 주류업체들은 '우리술 복원 사업' 등을 전개하거나 전통주의 계승과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지만 취지와 달리 전통주와 거리가 있는 주종이 관련 혜택을 받고 있다”며 “전통주 개념과 기준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