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시리즈B 투자에 나섰지만 목표 금액을 기존 시리즈A 수준으로만 정했다. 통상 스타트업은 투자 라운드를 거칠 때마다 기존 투자의 2배 이상을 목표 금액으로 정한다. 이 회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요건을 충분히 갖췄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리즈A 투자만 받고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상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리즈B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다. 형식적 투자 라운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엑시트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드물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리즈A 이상 투자 유치 국내 스타트업이 2020년 7월 현재 758개다. 2018년 같은 기간의 383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누적 투자 100억원 이상 스타트업도 2020년 7월 기준 242개로, 이 또한 2018년 같은 기간 75개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 가운데 엑시트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엑시트 기업 가운데 90% 이상도 저평가되더라도 기업공개(IPO)를 택한다. 결국 우리나라는 IPO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은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엑시트 성공 사례 상당수가 시리즈B 이하의 얼리스테이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시리즈B는 '마지노선'이고 시리즈C 이상을 받아도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프로골프 무대에서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계에서도 이를 빗대어 “유니콘은 쇼, 엑시콘이 돈”이라는 말이 나돈다. 유니콘도 의미 있지만 결국 엑시트를 해야지만 제도권에서 다음 단계로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정부는 유니콘을 마치 성공 스타트업의 종착역으로 여기고 육성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엑시콘이 늘어야 새로운 투자로 이어져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IPO나 투자, M&A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