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확산일로인 가운데 미국에선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이 등장했다. 뇌를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다.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의 수돗물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되자, 도시는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6살 소년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돼 숨진 이후 지역 상수원을 조사한 결과, 11개 샘플 가운데 3개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됐다. 미국에선 2015년을 비롯해 수 차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오염된 수돗물이 감염 매개체 역할을 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연못이나 강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25°C 이상 따뜻하고 잔잔한 물에서 서식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서식하는 물에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코를 통해 뇌로 침투한다. 물을 마시다가 코로 흘러 들어갔거나 오염된 수돗물로 씻은 비강세척기 등을 사용했을 때 사람을 감염시켰다. 감염되면 뇌세포를 파먹고 뇌를 붓게 하는 '아메바성 뇌염'을 일으킨다. 별다른 치료제, 치료법이 없다. 열,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가 일주일 안에 사망한다. 치사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미국에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34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는 데, 대부분 사망했다.
미국에서 주로 보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18년 스페인에서도 첫 감염자가 발생한데 이어 대만, 파키스탄은 물론 일본에서도 아메바성 뇌척수막염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에서도 감염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C 이상의 물에서 특히 잘 번식한다. 지구 온난화가 가중될수록 생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뇌먹는 아메바와 올해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 생물다양성 감소, 서식지 파괴로 인한 동식물과 인간 사이 접촉 확대 등이 펜데믹과 뇌먹는 아메바같은 무시무시한 생명체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선 이미 기후변화·생물다양성·환경보건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보건정책의 부처간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나라에는 더욱 중요한 과제다.
이혜경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도 환경정책을 점검해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체험시설 관리강화, 친환경 축사의 확대,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파괴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대규모 전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사후적으로 대응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환경을 보호하는 사전적 예방책이 국내외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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