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광활한 우주에 오로지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면 이 어찌 낭비가 아니겠는가?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인간을 닮거나 인간보다 똑똑한 지적생명체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그렇다면 우리 태양계에는 지구 이외의 곳에 미생물이라도 없는 걸까? 최근 과학자들을 흥분하게 하는 발견에 따르면 금성 대기에서 생명 활동의 존재를 암시하는 물질이 발견됐다. 어쩌면 지구만이 생명이 있는 유일한 행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번에 발견된 물질은 인의 수소화합물인 포스핀(PH3)이라는 물질이다. 수소 원자 3개가 인 원자 1와 결합한 물질로 가연성의 썩는 것 같은 악취가 나는 기체다. 왜 포스핀이 생명 활동의 근거가 될까?
◇생명 활동 없이는 포스핀의 존재 설명할 수 없어
그것은 포스핀이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 물질 금성에서 더욱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금성의 환경이 가혹해 포스핀이 발견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은 금성 대기 중 포스핀이 20ppb로 극미량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자 1억 개당 고작 20개에 해당하는 매우 적은 양이지만 금성에서는 너무나 많은 양이다. 포스핀은 쉽게 분해되는데, 과학자들은 강산성인 금성의 대기 조건에선 16분 정도면 포스핀이 분해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20ppb의 농도를 유지하려면 분해되는 만큼 포스핀이 많이 생성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금성의 표면은 온실효과로 섭씨 500℃에 달한다. 게다가 대기에는 유황이 있어 단백질을 녹인다. 도저히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포스핀 가스가 있음을 발견한 연구팀도 이게 오류가 아닌지 확인하는데 1년을 추가로 연구했다. 연구진은 금성의 조건을 반영해 번개나 광화학 반응 등으로 포스핀을 생성해보려고 했으나, 금성에서 관측된 포스핀 양의 0.01%도 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생명 활동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표면과 달리 고도 수십km 상공의 금성 대기는 온도와 기압은 지구와 유사하고 물은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포스핀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구름의 물방울에서 세포가 번식하고 이 방울이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건조한 포자가 되는 생명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했다. 이 포자 중 일부는 바람을 타고 다시 구름으로 올라가 물방울 속에 흡수돼 번식하는 것이다.
◇이제 생명 탐사의 무대는 화성이 아니라 금성이다!
금성은 이제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새로운 장으로 조명 받고 있다. 그동안은 화성에서 물이 있었던 흔적이 발견되어 주로 화성에서 생명의 기원을 탐색했었다. 미국 NASA는 이미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실험한 적이 있었다. 지구와 같은 물질 대사 반응이 일어나는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합성 대사(동화) 실험, 분해 대사(이화) 실험, 가스 교환 실험을 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화성에 마지막으로 물이 흘렀던 시기는 적어도 수억 년 전일 것으로 추정되므로 지구와 같은 환경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번 금성의 생명 활동 발견으로 금성 탐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30년 동안 금성 탐사선을 보내지 않았던 미국은 두 가지 금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베리타스(VERITAS) 궤도선 프로젝트다. 베리타스는 금성의 지형과 중력, 토양 성분 같은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는 여행을 떠난다. 다른 하나는 착륙선 다빈치(DAVINCI) 프로젝트다. 착륙에 앞서 낙하산을 타고 금성 표면으로 내려가 1시간 동안 대기 성분을 수집해 검사한다.
물론 모든 과학자가 포스핀 발견이 금성에 생명이 있음을 결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른 활동의 부산물로 포스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 과학자들은 금성 탐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를 모을 계획이다. 이제 더 이상 지구가 외로운 행성이 아니게 되기를!
글: 이인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