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시 40%'에 흔들리는 교육현장

고등학교 1학년 A학생은 경제학도를 꿈꾼다. 경제학과는 문과 계열이지만 수학이 필요한 학과이다. 1학년 학생은 공통과목을 들으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진로 결정 후에는 2~3학년 때 어떤 수업을 들을지 계획도 짠다. A학생은 과감하게 미적분을 선택했다. A학생처럼 미적분을 배우고 싶다는 문과 계열 학생은 많지 않지만 진로를 세분화하니 무엇이 필요한지 눈에 들어왔다.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어려운 과목도 주저하지 않는 학생의 선택이 대견해 보였다.

그런데 대학입시 제도는 A학생의 선택이 옳다고 하지 않는다. 지난해 발표한 대입 공정성 확대 방안은 진로·적성보다는 몇 개 더 맞느냐가 중요한 수능을 중심에 뒀기 때문이다. 원하고 필요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아니라 정답을 하나라도 더 맞힌 학생이 되려면 점수를 얻기 유리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2015 개정 교육 과정과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최대한 넓히도록 했다. 학생이 적성을 알고 진로를 찾아가는 교육, 그 과정에서 자기 주도성은 당연하게 빛나는 교육으로 방향이 흐르는 듯했다.

그러나 대입 공정성 확대 방안에 따라 2023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를 4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2023년도 제도지만 현재 학교에 미친 파급력은 엄청나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도록 교육 과정 만들기에 적극성을 보인 학교일수록 더욱 혼란스럽다.

상위권 대학은 2022학년도부터 40% 가까이 정시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앞서나갔다. 전국에서 많은 학생이 입학을 꿈꾸는 학교인 만큼 방향타 역할을 한다. 교육부는 정시 비율이 낮은 몇 개 학교에 국한된 제한이라고 했지만 학교를 뒤흔들어 놓기엔 충분했다.

원격수업으로 미래 교육을 향한 기대감이 충만해졌다. 정책 입안자와 교육자는 가능성을 봤고, 미래 교육이 멀지 않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입시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닫는다. 코로나19도 이겨낸 미래 교육이 입시에서는 완패다. A학생이 수시를 준비할지 정시를 준비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수능 위주 정시를 선택한다면 A학생은 원한 미적분보다 점수 얻기 편한 과목을 선택할 공산이 높다. “도대체 왜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 입시에 종속돼야 하는 거죠?” 교사의 한탄이 머릿속에 맴돈다.

[기자수첩]'정시 40%'에 흔들리는 교육현장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