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한다. 이달부터 보험료가 많게는 10% 인상된다. 코로나19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0%대로 떨어지면서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예상 수익이 적어진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비상 시국에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이달 중 평균 0.25%포인트(P) 예정이율 인하에 나선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보험금을 받더라도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늘어난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P 낮아지면 보험료는 5~10% 인상된다.
삼성생명은 예정대로 10월 중 예정이율을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8월 컨퍼런스콜에서 10월 중 일부 금리 변동형 상품 예정이율을 0.25%P 인하한다고 예고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종신보험 상품에 대해 예정이율을 0.25%P 인하한 바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품약관 개정 등 실무작업을 거친 뒤 예정이율 인하 날짜를 정할 것”이라면서 “10월 중 인하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이달 중 일부 상품의 보장 예정이율을 0.25%P 인하하기로 확정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4월 예정이율을 0.25%P 낮춘 바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추석 이후 10월 중 예정이율을 0.25% 인하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대상 상품과 시기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생보사들이 예정이율 인하에 나선 것은 저금리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이 0%대로 낮아진 이유다. 이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예상 자산운용수익이 줄자 보험료 인상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과 상가 영업시간 제한으로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운데 인상 정책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6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4개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727억원으로 전년동월(2조1276억원) 대비 549억원 감소했다. 이중 삼성생명은 6566억원에서 6180억원으로 386억원, 교보생명은 4319억원에서 3865억원으로 454억원 각각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생보업계 판도를 좌우하는 대형 생보사가 줄줄이 보험료를 올리면서 중소형 생보사 역시 인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미 NH농협생명이 9월 예정이율을 2.25%에서 2.1%로 0.15%P 인하했으며, 미래에셋생명은 10월 중 일부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2.4%에서 2.25%로 0.15%P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판도를 좌우하는 대형 생보사가 예정이율을 인하하면서 나머지 중소형사들도 인하 시기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면서 “고객 유입이 중요한 생보사의 경우 전략상 일부 시기 조절에 나설 수 있지만, 대부분 대세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