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개 낱개 묵음 막대 4개에 2개를 더하면 총 몇개 일까?' 학생이 태블릿PC에 정답 60을 누른다. '잘했어요'라는 말풍선이 나오자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금산중앙초등학교 1학년 3반 학생 24명이 수학시간 '똑똑 수학탐험대'라는 게임으로 5분 동안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두 학생이 답을 찾지 못했다. 이기우 교사는 대형 모니터를 잠시 끄고 학생들에게 교과서 문제를 풀도록 한 후 자연스럽게 문제를 못 푼 학생에게 다가간다. 그 학생은 답을 6이라고 했다. 막대기는 6개지만 낱개로는 60개라는 설명을 해준다.

교육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난 학습결손과 격차를 방지하기 위한 점검에 나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교육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금산중앙초를 찾아 수학 수업을 참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도입 이후 격차가 우려되는 과목은 국어와 수학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한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학생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원격수업만으로는 교사가 초등 저학생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아 학습안전망이 요구됐다.
교육부는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을 내놓았다. 1학기 5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학교수업과 가정학습을 지원하는 '똑똑! 수학탐험대' 서비스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제공했다.
수학탐험대는 학생이 학습한 내용을 AI기술을 통해 분석〃예측해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고 학습 조언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멸종위기 동물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 방식에 단순 숫자가 아닌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으로 학생의 흥미를 돋군다.
교실에서는 학생의 반복학습을 돕고 실시간으로 평가 결과를 낸다. 교사들이 부진한 학생들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함께 교과서 내용 중심의 수준별 학습을 하고, 가정에서는 탐험활동 또는 AI 추천 활동 같은 콘텐츠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다.

시스템에 누적된 학습데이터는 교육과정 학습요소별 난이도, 교과서 단원 재구성 등 경향 분석 후 차기 교육과정·교과서 개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기우 교사는 “무엇보다 수학이 재밌는데다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내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2~3명 정도 못푸는 학생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자연스럽게 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줄 수 있는 것이 교사들에게는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똑똑 수학프로그램을 다른 과목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교과융합자료와 학습지, 동영상 자료까지 만들어 학교에 안내하려고 한다”며 “학교에서는 이를 활용해 다양한 과목에서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한글 해득 수준 진단·보정을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모든 초등 1학년 학생별 한글 해득수준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할 계획이다. 그 결과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한글학습을 지원하도록 교육청에 요청했다.
'학교 한글학습 도우미'를 통한 개별화 맞춤형 학습 지원도 지원한다. 한글학습도우미는 방과후학교 강사, 교대생 교육봉사(실습)활동, 초등 퇴직교원 등을 활용한다. '한글 학습 콘텐츠'를 활용한 보충〃가정학습도 돕는다. 기초국어튼튼이라는 학생이 직접 글자를 쓰고 선을 연결하는 등 상호작용형 콘텐츠와 찬찬한글 발음 및 자음〃 모음 읽고 쓰기 등 한글 세부 영역에 대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내년에는 초등학생 독서를 위한 AI 시스템 '한학기 한권 읽기'도 내놓는다. AI가 학생의 도서 성향을 파악해 도서를 추천해주고 어휘 능력 데이터를 쌓아 학생 수준을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생의 학습결손이 학력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AI를 활용한 개별화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을 추가로 개발·보급하는 등 기초학력에 대한 국가책임을 다하겠다”면서 “학교 우수 사례도 발굴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금산(충남)=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