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현존하는 최고 현미경인 투과전자현미경 2D 이미지를 인공지능(AI)을 사용해 3D로 구현해 그 모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지 표지 논문에 게재됐다. 나노 단위에서 물질 크기를 알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나노 단위 바이러스의 모양을 알고 잡아낼 수도 있어 응용가치가 크다.
박진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AI 신경망 학습을 통해 연도가 명확한 한글문서를 학습시키고 오래된 고서적의 연대를 알아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 온 한글을 신경망 학습을 통해 AI에 학습시킨 것이다. 이는 수세기전 고서적의 연대 추정 오차범위가 10년에 그칠 만큼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AI를 고문서 연구에 활용한 사례다.
AI는 이제 어떤 학문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서 있다. 로봇이 피아노를 연주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인문학 분야에선 고서의 연대를 AI 힘을 빌려 알아낸다. 의료분야에선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진단과 예후에 활용한다. 새로운 소자 재료를 찾아내고 보안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는 등 AI는 학문과 실생활 곳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서울대 AI연구원(AIIS)은 연구소 개원 때부터 AI와 다양한 학문간 융합을 시도했다. X+AI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교내에서 열린 X+AI워크숍은 심리학, 의료, 패션, 나노, 신약개발, 바이오, 공학, 언어, 교육, 행정, 치의학 등 다양한 학문을 AI와 연결지었다.
안우영 심리학과 교수는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 공학, AI 등을 활용해 심리 조건을 이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상행동과 비정상행동 신경활동에 대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잠복한 심리와 두뇌 신경망 변화과정을 파악해 약물이나 알콜 의존성의 심리 상태를 밝혀내는 시도다.
패션분야에서 이유리 의류학과 교수는 온라인편집숍 데이터 분석 제안서를 내놨다. 이는 지난 5년간 런웨이에 선 패션 브랜드 리스트를 수집했다. 여기에 1892년 이후 약 32만건 국내외 패션 광고 페이지를 수집 분석했다. 수집한 데이터는 이미지 유사성 기반 딥러닝 분석으로 감성 지표를 보정하고 상품 속성 유사성 기반 머신러닝 분석으로 지표를 보정했다. 해당 제안서는 현재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김종암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AI와 기계학습을 유체·공력 분야에 적용해 항공기 유동 수치해석과 설계비용 절감방안에 대한 세부 전략 수립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형기 의대 교수는 신약 개발 효율화를 위해 의약품 작용 데이터를 이용한 신약 재창출 알고리즘을 소개했다.
AIIS는 다학제와 AI 상호 간 교류가 뿌리 내리면 새로운 학문으로 지평이 넓어지고 AI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뇌인지과학, AI칩, 시스템, 경영, 금융, 보건, 약학, 약물발굴 등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혁신연구센터도 만들었다. 해당 분야 연구진이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
장병탁 원장은 “X+AI 워크숍, 여러 학문이 모이는 집담회, 10개 혁신연구센터 등을 통해 학문 영역이 AI를 만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지식체계를 만드는 것은 물론 AI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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